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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Oct 31. 2024

어쩔 수 없, 시

어쩔 수 없, 시      


        

아청을 붓질하는 여명은 

낮술 마신 어둑시니가 뿜는 음지의 숨결     


모든 어둠은 꿈의 화석이어서 

안개는 하늘의 열린 동굴이어서 

칼바람 속된 기억 궂은 침묵이 넘실거리며 

검은 산 파고드는 얼굴은 슬픔이어서    

  

시간을 타고 번지는 

열없는 상처의 기초체온은 서정시여서   

  

마음이며 선율인 

대지는 온기의 무덤     


나는 나의 벽이어서 

너는 너여서 




*

사진가가 시를 이렇게 쓴다. 시의 기승전결을 맞추는 것이 아직 어려운 나로서는, 사진에서 보이는 어법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시를 꾸미곤 하는데 그것이 영 낯설다. 하지만 사진을 대할 때와 마음은 똑같다는 점에서, 사진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찍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창밖으로 어두운 허공을 한참 쳐다보는 것이다. 늦도록 잠 못 자는 어떤 새벽의 일이다. 날은 제법 차갑고, 모든 시는 아픔을 형상화한다. 사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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