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 밥순이다. 이랬던 내가 8년 전 파리 여행을 다녀온 이후, 크루아상, 뺑오쇼콜라, 뺑오스위스, 퀸아망, 밀푀유, 에끌레어, 타르트, 파이, 마카롱 등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잘하는 빵집을 방방곡곡 찾아다니게 되었다.
밥순이가 1일 3 크루아상을 하게 만든 곳은 바로, 프랑스 파리이다.
당시 파리를 여행하는 동안 1일 3 크루아상을 했다. 특히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 이른 아침 빵집에 가면 갓 나와 오븐 트레이에 무심하게 툭 놓인 크루아상을 보며 그날의 신남 지수가 더욱 극대화되었던 기억이 난다.
1유로를 내고 건네받은 크루아상에서 버터의 풍미와 향이 진하게 느껴졌고 겹겹이 바삭한 겉면을 한입 베어 물면 속은 부드럽고 폭신한데 또 결대로 찢어져 입에서 금세 사라져 버리는 그 황홀한 맛 덕분에 크루아상 애호가가 되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이번 여름에 남편과 함께 파리를 다시 찾았다. 우리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하루도 빠짐없이 동네 빵집에서 아침을 시작했다. 방금 구워진노릇노릇 윤기 나는 크루아상과 뺑오쇼콜라 그리고 속이 꽉 찬 애플파이까지빵의 본 고장에서 페이스트리의 결이 살아 있는 식감과 풍부한 버터의 풍미를 다시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무엇보다 파리에 있는 동안 가보고 싶은 식당과 카페가 많아 우린 매 끼니에 디저트까지 거르지 않고 종일 배가 꺼질 틈 없이 다녔다.
이번 파리 여행 중 알게 된 에펠탑 부근 빵집. 8년이 지나도 파리의 크루아상과 뺑오쇼콜라는 역시나 실패 없는 맛이었다!
'디저트 계의 피카소',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의 신비로운 맛과 향의 조화에 빠지다.
오호! 어떻게 이런 맛과 향의 조화를 생각해 낸 걸까?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마카롱으로 워낙 잘 알려진 라뒤레(Laduree)상점을 마주 보고 있는 피에르 에르메 매장에 들어섰다. 진한 계열의 색부터 파스텔까지 형형색색의 마카롱 놓인 진열대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점원의 친절한 설명과 추천 덕분에 결정장애 없이 4가지 맛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친절하게 다가온 점원으로부터 추천받은 첫 번째는 바로! '아틀라스 가든'이라는 명칭과 레몬, 꿀 & 오렌지 꽃(Citron, honey and Orange blossom)이라는 설명 문구가 적힌 마카롱이었다.우리는 생소한 조합의 마카롱 네 개를 연이어 추천받았다.
'8년 전 파리에 왔을 때는 어떻게 피에르 에르메를 몰랐을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지금쯤 모든 맛을 꿰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6년 한국 매장을 철수했다는 소식을 그제야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추천받은 네 가지의 맛 중 단연 1등은 아틀라스 가든이었다. 신비스러운 맛있었다. '아, 이 맛이구나!' 싶기보다는 어느 하나의 맛에 치우치지 않고 들어간 모든 재료인 레몬과 꿀 그리고 상큼한 오렌지의 맛과 향을 풍부하고 조화롭게 느낄 수 있는 마카롱이었다.
두 번째 마카롱부터는 먹고 난 후에 설명 문구를 보며 각각의 재료와 향을 맞춰 보았다. 생소하고 창의적인 맛을 배합하여 만들었지만 가히 그 맛은 실험적이지 않고경이로웠다. 하나하나를 먹을 때마다 우린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했을까?' 하며 끊임없이감탄했다.
그리고 파리 여행 마지막 날, 우린 또 다른 맛의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을 경험하고 싶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다.
디저트의 천국인 파리이기에 우린 애써 구글링을 하지 않고도 맛이 훌륭한가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120년의 역사 그리고 코코샤넬이 사랑했던 디저트 카페로 워낙 명성이 높은 카페 안젤리나만큼은 예외였다.
'그래도 유명한 곳은 가봐야지!'라는 생각으로 구글 지도를 따라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본점에 도착했다.'이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카페 입장을 기다리는 긴 대기줄에 놀랐고 동시에 '오길 잘했다!' 싶었다. 우린 다음 일정을 앞두고 있었기에 이곳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몽블랑과 밀푀유를 사서 루브르 박물관 광장에 앉아 맛을 보았다.
맛은 역시나 매우 훌륭했다! 두 개의 디저트 모두 꽤나 묵직했다.결코보여지는화려함만을 뽐내기보다 밤잼, 밤크림, 생크림, 머랭, 바나나빈 커스터드 크림, 페이스트리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 클래식한 맛을 선사하는 몽블랑과 밀푀유였다.
하지만 '파리 곳곳에 워낙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디저트 가게가 많아서일까?',다음 파리 여행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디저트 맛집들을 좀 더탐방해 볼 생각이다.
안젤리나 본점 입장을 기다리는 긴 대기줄. 테이크 아웃을 원했던 우린 대기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초콜릿 계의 에르메스', 메종 드 쇼콜라(LA MAISON DU CHOCOLAT)에서 가나슈의 매력을 알게 되다.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보면 세련되고 이쁜상점들이많아 들어가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파리에서 이튿날 샹젤리제 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달달한 게 먹고싶었던 차에 프랑스 프리미엄 수제초콜릿 전문점인라메종 뒤 쇼콜라에 들어갔다.
가게 통창으로 내부의작은 직사각 모양의 초콜릿이 가지런하게 놓인 진열대와 그 옆에 에끌레어와 휘낭시에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가 있는 쇼케이스를 보는 순간 우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문을 열자마자 점원은 우릴 친절하게 맞이했다. 초코러버인 나는 라즈베리, 오렌지, 레몬 제스트, 피칸,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등 다양한 맛의 가나슈 초콜릿 중 '뭐가 가장 맛있을까' 둘러보며 한껏 들떠 있었다.
원하는 맛을 시식해 볼 수 있다는 점원의 말에 나와 남편은 피스타치오 다크와 라즈베리 밀크 맛을 골랐다. 입에 넣자마자 우리가 고른 재료 그 자체의 맛과 향이 바로 느껴졌고 그 위에 얇은 초콜릿 레이어까지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메종 뒤 쇼콜라의 창업자에게 '가나슈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린 무언가에 이끌리듯 가나슈 초콜릿과쇼콜라 에끌레어까지 구매했다. 그 새를 못 참고 상점을 나와 바로 맛을 봤고 초콜릿 전문점이라 그런지 에끌레어 안에 듬뿍 들어 있는 쇼콜라 크림에서도 달콤 쌉싸름하며 진한 초콜릿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밥순이었던 내가 이토록 진심으로 빵과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니게 된 건 프랑스 파리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