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삶이란 말만 들어도 달콤하지만, 그런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이미 우리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평온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 명확한 원인이 있는 일이라면 그 상황이나 관계에서 정신적으로 (그리고 가능하면 물리적으로) 멀어져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 때문이거나 구체적인 이유가 없는 스트레스라고 하더라도 원인을 파고들기보다는 상념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다른 일에 몰두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상황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 덧붙이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직장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상황 자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문제 상황을 두고 지나치게 고심하다가 스스로의 성격에 대한 자괴감, 타인에 대한 증오, 회사 생활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생각이 번지기 시작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눈앞의 상황은 우리의 비관과 분노를 잡아먹고 몸집을 키워 도저히 손댈 수 없는 거대한 적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상과 맞서 싸우는 것은 인생 전체의 부조리를 해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질없는 시도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나의 관점과 해석이 얼마나 불완전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나와 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아"라는 마음가짐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는 것이다. 개인의 주관이나 자아 인식이란 오로지 한 사람의 제한적인 시각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기억을 재구성하고 편집하여 만든 가공된 이야기에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누구에게나 있는 과거의 상처, 부정적인 경험, 심리적 방어 기제 등은 위급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판단 능력을 흐린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만 해도 성급하게 비관하거나 확대 해석하여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스스로를 인간관계에 서투르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신의 성향을 갈등의 원인으로 꼽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사람은 타인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누구에게나 서툴고 이기적인 면모가 있고, 특별히 더 부딪히는 사람과 만나느냐, 그렇지 않은 사람과 만나느냐의 차이에 따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런 상황은 그때그때의 조건이 만들어내는 단순한 부딪힘일 뿐이다. 당신 또는 타인들이 뼛속까지 글러 먹어서 생긴 일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될 문제도 아니고,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선 주관적인 해석을 넘어서야 한다.
문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추론과 해석을 덧붙여 생각하는 습관은 심리적 방어 기제의 일종이다.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해 다칠 위험을 감지한 마음은 지레 겁을 먹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시작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또 진짜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에 완전히 무용한 전략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심리적인 에너지를 소진하고, 불필요할 만큼 우리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상황에도 대비하여 절대 크게 다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강한 집착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 피곤하게 만들고, 문제를 실제보다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 상황을 직면했을 때, 스스로가 어떤 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있는지를 의식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당신에게 어떤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은 새로운 상황이다. 과거에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당신은 얼마든지 새로운 해결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경험이 많고 어떻게 처신하든 많은 일들이 "그냥"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화약과 성냥을 넣은 통을 흔들어대는 듯한 운명에 휩쓸려 통제 밖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모두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음이 불안과 근심의 신호를 보낼 때 우리는 차분하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일들은 그냥 일어난다는 말은 당신을 좌절시키거나, 명백한 가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가해자를 용서하라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사람이나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불필요한 시도를 그만두고 더 중요한 일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에게 사정이 있었든 없었든, 그럴만한 상황이었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게 문제가 있든 없든, 내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고는 일시적이고, 이미 지나갔고,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만이 진정으로 중요하다.
내게 일어난 그 많은 부당한 일들을 논리적으로 이해해보고야 말겠다는 집착을 내려놓으면 평온이 찾아온다. 지금 이 자리에는 누가 있는가? 많은 일을 겪고도 오로지 나의 의지로 존재하고 사유하는 내가 있다. 과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지금의 나를 아프게 할 수 없다. 모든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결해보려고 하고, 결과가 어떻든 더 이상 그 일에 잠식되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다. 인생을 살면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거기에 휩쓸리더라도 우리는 곧 평온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