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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Dec 19. 2021

무기력의 본질

    어떤 행동을 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와 실제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꽤 흔하다. 시험을 잘 봐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으면, 오히려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런 현상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자기 계발이나 커리어, 성공에 대한 조언이 넘치는데, 이와 동시에 박탈감이나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도리어 우리의 의욕을 앗아간 것이다. 


    내 나이의 절반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재능과 노력으로 어마어마하게 성공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들의 친절한 조언과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는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물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일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자기 계발이나 동기부여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수많은 매체에서 마치 성공에는 특정한 방정식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 결코 잘 살지 못할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한다. 심지어 트렌드에 따라 언제는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다가도 몇 년 뒤에는 전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이런 수많은 조언을 모두 따르기란 불가능하며, 그런 메시지들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정신적 에너지를 앗아간다. 


    설령 일시적으로 그런 조언을 따르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새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매일 영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규칙적으로 운동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도 금세 시들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이쯤 되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단순한 자극을 쫓으며 더욱 무기력하게 지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것이 긍정과 동기부여가 무기력을 낳는 방식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과 동기부여를 경청하는가? 당연히 지금보다 더 멋지게, 잘 살기 위해서이다. 지금보다 더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더 넓고 안락한 집에서 생활한다거나, 직장에서 더 인정받는다거나, 사업이 더 번창하는 것이 더 잘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기준일까? 누군가에게는 이런 삶이, 또 다른 이에게는 저런 삶이 잘 사는 삶일 수 있다. 이처럼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거듭 고찰해 보면, 성공이란 결국 개인의 주관적 느낌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쓰는 기준은 아니지만, 결국에 우리는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휘둘리지 않으며 주도적으로,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차게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런 느낌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곧 성공한 인생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이미 성공한 사람과 자기 삶의 방식을 비교해가며 그렇게 살아갈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태도이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남들의 '좋은' 모습을 흉내 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음은 우리의 죄책감은 자극할지언정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한다.  


    성공은 자기 자신의 약점을 뿌리 뽑거나 생활 방식을 근본부터 갈아엎어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를 긍정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이런저런 것을 시도해보고 즐거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만약 물고기에게 나무를 잘 타는 것만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방법이라고 가르치면 물고기는 사는 내내 불행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멀리 헤엄치는 것이 당신의 성공 방식일 수도 있다.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사는 방식이 대다수의 위대한 인물과 영 다르다고 한들, 그것이 뭐 어쨌다는 것인가? 그건 결코 당신이 실패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미디어가, 존경하는 인물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더라도,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삶은 살아있는 것만으로 그 의미를 다 한 것이며, 거기에 더해서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도전해볼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의 존재를 뒤로 미뤄둔 채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애쓰는 일을 너무 오래 반복하지는 않았나? 무기력은 우리가 "척"하는 데 지쳐버렸다는 신호일 뿐이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이따금 들여다보며 그들의 장점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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