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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an 31. 2023

덴마크에서 내 생일 케이크는 내가 산다

회사에서의 덴마크 생일 문화    


1월의 어느 목요일 늦은 오후.

같은 과 박사 친구들끼리 학교 근처 펍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생일이 언제인지에 대한 얘기가 시작됐다.


“수현, 넌 생일이 언제야?”

“나 1월 22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생일 이야기가 나오자,

어디선가 들었던 덴마크 전통이 떠올라 덴마크 친구에게 물었다.


“덴마크에서는 생일인 사람이 생일 케이크를 가지고 와서 나누어먹는다는 데 사실이지?”

“응, 케이크나 꼭 케이크 아니어도 캔디를 가져와서 나누기도 해.”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생일 파티를 하게 되면, 친구들 혹은 회사 동료들이 케이크를 사주고,

내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하거나 떡볶이 같은 간식을 시켜 먹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건 나에게 꽤 신선한 문화이다.




친구들에게 생일을 공개하게 된 이상,

올해는 친구들과 생일 케이크를 나누어 먹자 하고 다짐했다.

그동안은 괜히 생일이라고 축하받는 것도 쑥스러운 나이가 되어,

생일인 걸 굳이 알리진 않았다.


그러나, 왠지 올해는 덴마크 온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데 덴마크 전통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절반과

오후쯤이면 당 섭취가 필요한 친구들에게 달달한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 절반으로

케이크를 준비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덴마크에서의 전통적 생일 케이크는 일반적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스펀지케이크를 커스터드 크림으로 덮고, 

그 위에 크림과 베리로 장식을 한다. 


그리고 생일 케이크에 작은 덴마크 국기들을 꽂아 장식한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덴마크 국기는 파티에는 빠질 수 없는 장식이다.


(출처:  https://denmark.dk/people-and-culture/recipes/layer-cake)



그러나, 나는 홈메이드 케이크는 만들 능력도 여력도 없어,

그냥 집에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초콜릿 케이크 1개, 사과 타르트 1개를 샀다.


출처: Bodenhoff website


그리고, 점심 즈음쯤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여전히 쑥스러워 생일이라는 말은 뺐다.)


“좋은 오후! 내가 오늘 초콜릿 케이크랑 애플 타르트를 가져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어. (당 보충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거나, 휴식이 필요한 사람 누구나 맛있게 먹어!”


그렇지만 귀신같이 생일을 기억해 준 친구 한 명을 시작으로,

줄줄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맛있게 먹고 있다고 인증샷을 보내준 친구도 있고.


축하를 받고자 시작한 일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막상 축하를 받으니 행복했다.





박사 친구들 뿐만 아니라 부엌 냉장고 근처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케이크를 권하면서,

한 번씩 서로 더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내향형인 나에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

이래저래 나누기를 잘했다 싶었다.




내년에도 내 케이크는 내가 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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