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더치 회사가 인심 베풀 때
네덜란드에도 국민브랜드가 몇 개 있습니다. 다이소처럼 여러 가지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헤마, 네덜란드 항공사 KLM, 필립스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국민들이 망하지
않기를 응원하는 회사들이라 해야 할까요?
우연히도 세 회사에서 생일을 축하한다며 이메일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사실 제 생일이 아니에요. ㅎㅎ 온라인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게 싫어 가능하면 대리 (?) 생일을 등록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런 회사들에서 보내는 - 어쩌면 컴퓨터가 보낸다는 말이 더 맞겠죠 - 선물들이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습니다. 컴퓨터가 보내는 생일 축하 이메일이야, 팔면 돈 받는 계산적인 관계가 아니라 고객과 더 유대감을 만들고 충성고객으로 만들려는 방법 중 하나지요.
구두쇠 나라에서 생일이라고 할인쿠폰을 주다니 새삼스럽습니다. 역시 이 나라는 생일 만큼에는 진심이에요.
참고글 https://brunch.co.kr/@thenetherlands/138
국민브랜드라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더 챙기나 싶기도하고요.
헤마에서는 조각 케이크를 톰푸스를 공짜로 줍니다. 샵에 방문하면요. 온라인으로는 4+1을 해주고요. 사실 받으러 가기 귀찮아 넘기려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네덜란드 남편이 “뭐~~~~ 공짜 톰푸스!!!? 그래서 헤마가 코로나 때 부도난 거 아냐ㅎㅎ? “라고 상상치 못한 반응을 해옵니다.
아무래도 공짜, 그것도 좋아하는 케이크 톰푸스를 준다니 믿을 수 없지요.
특히 네덜란드 회사들에게서요!
이 특이한 상황을 기념할 겸, 바람도 쐴 겸 공짜 케이크를 받으러 나갔습니다.
사실 헤마는 다이소라고 하기에는 품목이 많아서 다이소에 유니클로나 무지와 이디야 커피까지 합친 것 같아요.
해외에서 돌아오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 헤마에서 파는 훈제 소시지 냄새를 반긴다더군요. 그래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도 헤마가 있고 말발굽 모양의 굵직한 소시지가 취향에 따라 꼬린내 혹은 구수한 냄새를 풍깁니다.
생일에 진심인 네덜란드 잡화점이라 풍선, 카드, 포장지, 폭죽 외에도 생일 축하을 위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볼 수 있어요.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헤마 베이커리에서는 생일케이크를 살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케이크에 초를 꼽고 축하하거든요.
그리고 제 공짜 톰푸스를 받으려는데 한참이 걸렸어요. 회원카드를 스캔해야 한다는데 웹사이트 프로필에서 보여주려니까 갑자기 인터넷도 안되고 비밀번호도 잊었었거든요.
자기는 카페에서 일하지 베이커리에서 일하지 않는다며 툴툴대던 헤마점원은 그래도 기다려주더랍니다. 역시 공짜는 받기 쉽지 않죠.
그리고 나서 그녀에게 생민트 차를 시켰는데 티백 차 (2.25유로)로 잘 못 알아들었어요. ‘나는 생민트 차 주문했어요~~~ ’ 하니, 95유로 센트 더 비싼 민트차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 차액은 받지도 않고요! 이런 게 네덜란드식 사소한 정인가 싶기도 해요. 당최 1유로도 되지 않는 금액에서 놀라워하다니 제가 네덜란드의 얄짤없는 서비스에 익숙해졌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2월의 네덜란드 답게 어김없이 부슬비가 내리고 있더랍니다. 감기에 걸려 기운도 없고 흐린 날, 내 생일도 아닌데 공짜로 챙긴 케이크.
조각 케이크는 그 다음날 커피와 함께 잘 먹어주었습니다. 짠돌이 문화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면서 말이죠. 생일은 아니어도 케이크는 역시 하루를 특별하게 해주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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