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건 미덕이 아니라 게임!
네덜란드 사람들은 흥미롭다. 특히 돈에 관해서는 말이다.
중고시장에 (Marktplaats와 Facebook marketplace를 쓴다) 안 쓰고 짐이 되는 물건을 팔려고 내놨다. 여태껏 무료 나눔만 해봤는데 돈을 받고 파는 건 또 다르다.
“진짜 무료예요?”
이 말과 함께 수많은 응답 중 바로 픽업 오겠다는 사람에게 주면 끝이었는데, 돈을 받고 팔자니 정가의 3분의 1 가격이 아니면 잘 안 팔린다. 여러 번 팔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3분의 1 가격 정도에 숫자 0이나 5 대신 9나 4를 붙여 빨리 판다. 40유로 대신 39유로, 35유로 대신 34유로가 1유로 차이라도 훨씬 싸 보이는 거다.
사는 사람은 흥정도 엄청한다. 광고부터 흥정하기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고 말이다. 15유로짜리를 7유로면 사겠다는 사람부터 시작해 정가에 사려는 사람이 드물고 냅다 반값을 후려친다.
내 애물단지인 빨래함은 60유로를 주고 샀는데 잘 안 쓰게 된다. 새것이라 35유로에 팔려했지만 2주가 넘도록 못 팔았다. 그래서 새로 25유로에 광고를 내니 세 사람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중 한 사람의 메시지가 너무 흥미롭다.
“15유로면 살게요.”
“괜찮아요, 새거라 20유로까지예요”
“오 좋아요. 제가 4년 전에 똑같은 걸 샀는데 이제야 세트를 갖게 되네요!”
“20유로라고 했어요.”
“어머, 미안해요 “
그리고 답이 없다. 4년 기다린 물건을 헐값에 살 수 있는데 5유로 때문에 안 산다. 5유로 깎은 건 생각도 안 하나?
유독 침독이 많이 오른 우리 두 살배기를 위해 병원에 갔을 때도 비슷했다.
코딱지가 많아 입으로 숨을 쉰다며 콧속에 식염수를 넣어주란다. 집에서 소금하고 수돗물로 식염수를 만들라는 의사말에
“시판하는 식염수를 넣어도 괜찮겠죠? “ (어떤 소금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녀의 대답은 “아니 파는 건 3유로씩이나 하는데 그냥 소금물이에요. 집에서 만드는 거나 같은데 살 필요 없어요”였다.
의사가 우리 집 3유로를 아껴줬다.
또 비슷한 일이 생겼다. 그쪽 의료인은 “우리는 그 보험사랑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요. 그럼 자비로 부담을 해야 해요. 다른 곳에 먼저 전화해 보고, 대안이 없다면 다시 전화하세요 “라고 세일즈도 놓아버린다. 대단히 비싼가 싶어 한 번 방문하는데 얼마냐니 20유로란다. 이 의료인은 우리 집 20유로를 아껴줬다.
부자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동네의 한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옆 테이블의 남자가 하우스 와인이 아닌 다른 와인 한 잔을 주문하자 앳된 웨이터가 “그러면 더 비싸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와, 이렇게 순진할 수가 해야할지’, ‘와, 이렇게 고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 마인드’ 해야할지 애매한 순간, 남자가 “상관없수”해버렸다.
이런 일을 종종 겪다 보니 물도 못 사 먹는 돈, 1유로도 아깝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네덜란드에서 싸게 사는 건 국민스포츠 격이다. 참가와 관람은 무료, 패자는 비싸게 사는 사람, 승자는 더 싸게 사는 사람이다.
옷장정리하다가 세일할 때 12유로에 사서 한 번 입은 스웨터를 발견했다. 예쁘긴 하지만 시어머니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에 드시면 가지시라 하니, 시어머니가 착장 해보시고 그러시겠단다. (난, 안 쓰는 걸 가지고 있기보다 나눔 할 수 있으면 기쁘다.) 시어머니는 “필요한 것만 사렴 “ 충고도 잊지 않으셨다. 그러게 말이다. 물가도, 상술도 내 맘 몰라주는 시대, 애 둘 기르는 밀레니얼 부모로 안 쓰고 아끼고 살기 참 어렵다. 1유로씩 “이겼다”는 마음으로 싸게 사는 즐거움을 터득하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