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뙤약볕 아래에서 등산하는 이유

by 송미


헉헉헉, 숨이 차오른다. 점점 숨이 짧아지고 가빠진다. 인적 드문 등산로에서 땅을 박차고 내딛을 때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린다. 완만한 길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오늘은 지름길을 택했기 때문에 더 가파른 길에서 숨이 차오른다. 다리가 뻐근하고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경사가 눈앞에 보인다.


마지막 저 경사진 계단만 오르면 탁 트인 도솔산 정상과 그 아래 아파트들 사이 갑천도 보이겠다. 재빨리 발걸음을 놀려보지만,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숨이 턱끝까지 이르러 마음대로 안 된다. 서두른다고 서둘렀건만 해가 떠서, 때 이른 여름날씨는 벌써 28도를 넘었다. 땀이 송골송골 차올라 등뒤로 또르르 흐른다.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올랐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 마지막 걸음을 떼고 나니 도솔산 보루 지표석이 보인다. 정상이다.


운동을 싫어하고 산은 더 싫어한 나였다. 25년 전 겨울 치악산에 올랐다가 굴러서 죽을뻔한 뒤로 산을 오르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 볼링과 헬스는 즐겁게 누렸는데 코로나팬더믹이 시작되고 사람들 많은 곳엔 갈 수가 없게 되어서 아예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확찐자'가 되었다. 체중이 무려 12kg나 늘어나자 여기저기에서 건강이 악화되는 신호가 나타났고,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등산을 시작했다. 나지막한 동네 뒷산을 오르기에 등산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해발 209m 정상에 서서 내려다보면 마음이 탁 트이고 성취감이 돋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눈만 빼꼼 내민 채 낑낑대며 도솔산을 오른다.

도솔산 등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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