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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Oct 12. 2023

나 홀로 집에

멋지게 나이 들기

약 7개월 전부터 남편은 나의 운전기사가 되었다. 하루 종일 붙어 지내는 일은 좋기도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우리는 서로 독립적이긴 해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이 지난 일 년간 거의 없었다.

아들 약국에 직원이 많아져서 휴식 공간이 비좁다. 창고로 사용 중인 공간의 벽을 트고 직원 휴게실을 만들기로 했다. 공사는 남편의 후배가 하는데 인력난이 심한 요즘 남편이 일손을 돕기로 했다.

공사 기간은 월~금요일, 월요일은 나의 휴무일이다.


딸과 남편이 출근하자 갑자기 어디선가 의욕이 솟아오른다.

20대라도 된 듯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다 노래를 먼저 불러보기로 한다.

나의 노래 실력은 고음 불가지만 적당한 높은음이 들어있는 노래를 선곡하면 잘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들어줄 만한 보통 정도라고 해야겠다.

가요 중에 가사가 나의 인생철학과 닮은 목로주점이란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그중에서 언제 불러도 가슴 뛰는 부분은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 마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언젠가 갔던 노래방 생각에 있는 힘껏 소리 지르며 노래를 여러 번 불렀다.


좋아하는 음악도 이것저것 듣다가 갑자기 포크댄스 생각이 났다.

친구가 요즘 새로 배웠다며 보내준 댄스 영상을 몇 번 보다가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 번 반복하는 동안 나의 몸은 더 유연해지고 땀이 피부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프랑스 작곡자 폴 모리아(Paul Mauriat)가 작곡한 나타샤 왈츠는 오드리 헵번의 영화 중 '사랑과 평화'에서 핸리 폰다와 왈츠를 추며 세계적으로 회자된 명장면이다. 그 장면을 응용해서 만든 포크댄스 영상을 보며 계속 움직인다.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들이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리저리 돌며 왔다 갔다 하고 웃는 나를 보더니 주변을 빙빙 돌면서 두리번거린다.

30분 정도 준비운동 겸 댄스를 마무리하고 운동을 시작한다.

땀이 뚝뚝 떨어지다가 줄줄 흐른다. 몸이 말한다.  휴 시원해 고마워~라고, 속삭인다.


인간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존재 - 쇼펜하우어


모든 사람은 맑고 맑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지고 있다. 그 샘물은 자신에 의해 고인 물이 되어있지는 않을까? 일어나지도 않을 생각으로 고통 받는다.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외로움으로 자신의 우물을 스스로 오염시키지는 않았을까? 혼자라는 의미는 나의 우물을 정화하는 시간이다. 퍼내고 퍼내서 맑은 물이 항상 솟아 나올 수 있도록 덜어내는 시간이다. 마중물은 늘 자신이 가지고 있다. 자신의 우물을 스스로 맑고 맑게 유지하며 매일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자!


저녁에 가족이 돌아오면 더 반갑고 사랑스럽게 맞이할 것 같다.

내일부터 다시 남편과 출근하지만,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출발이 기대된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내려고 하는 나는 붕붕 떴으니 가라앉혀야지!

아로마 향초로 멍때리기.

여행하듯 몇 시간 보냈으니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서 저녁 장보러 출발~~



한 줄 요약: 가끔 혼자 하루를 보내는 시간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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