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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ug 28. 2023

최악의 실수

호주 소식

습관처럼 일을 하다 보면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서 초심을 잃지 않는 관리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의사의 전화를 받는 약사들. 중복 처방을 피해야 하는 약들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묻는 일이 가장 많다. 또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약에 실수가 의심되면 전화로 의견을 나누거나 확인해서 약을 바꾸는 경우가 하루에도 여러 건 있다. 의사들은 말한다. 약에 대해서 배우지도 않은 자신들이 처방해야 하는 현실이 모순이라고.

의사들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약이 몇 가지 있는데 그런 종류의 처방전을 받으면 환자에게 다시 확인한다는 아이들.


딸에게 헐레벌떡 달려온 의사의 얼굴은 심하게 긴장한 듯 보였다.

1번:Depo-Ralovera

2번:Depo-Nisolone 이 두 가지 주사약은 이름도 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1번은 3개월에 한 번 맞는 피임 주사약.

2번은 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주사약.


딸에게 한 여성이 처방전을 주었다. 그녀는 오늘 주사 맞았고 3개월마다 맞아야 하는데 처방전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약국에 맡겨 놓겠다고 했다. 딸은 3개월에 한 번이면 피임 주사약이겠구나 생각하며 처방전을 확인했더니 이미 2번 약으로 주사를 맞은 여성. 딸은 그녀에게 확인할 것이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녀의 지난 처방전을 확인해 보니 모두 피임약이었다.

의사가 약을 실수로 처방했고, 한 약사는 처방전대로 주사약을 여성에게 주었다. 그녀는 그 약으로 주사를 맞은 후였다.

그녀는 처방전을 맡겨놓기 위해 다시 약국에 왔다가 딸과 만나게 되었다. 딸은 실수가 잦은 약은 습관처럼 다시 확인했고 의사가 실수한 것을 알았다.

의사는 다시 피임 주사약을 처방해서 여성에게 맞추었다. 그날 그 여성은 피임약과 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주사(염증이 없는 팔에)를 동시에 맞고 일 처리는 조용히 넘어갔다.

의사는 딸에게 네가 내 목숨을 살렸다며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날 딸이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도 딸은 아무런 잘못도 실수도 아니다. 이미 일 처리가 끝난 처방전을 약국에 맡겨 놓기 위해 약국에 온 환자였다. 실수가 치명적인 약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배움을 실천했을 뿐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 여성이 임신할 수도 있는 황당한 일이 생긴다면 주사약을 준 약사와 의사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딸 친구인 약사에게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의사가 위와 같은 실수를 했고 약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 지나갔다. 그 여성은 주사를 맞고 2개월이 지나갈 즈음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놀란 이 여성은 약사와 의사를 고소했다.

검찰에서 약사의 실수를 증명할 자료를 찾기 위해 약국에 조사 나왔다. 그 여성이 약국에 온 날 영상을 보는데 약사는 그 약을 손에 들고 그 여성을 보면서 설명했다. 이 주사를 맞으면 팔에 통증이 생길 수도 있고 등 부작용과 차후 대처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있었다.

약사가 해야 할 설명은 다 했다. 그 여성은 3개월마다 맞는 주사를 오래전부터 맞고 있으므로 설명이 필요 없다는 표정으로 대충대충 무심하게 머리를 흔드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있었다. 약사는 혐의없음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의사였다. 판사는 아이가 18세, 즉 미성년자를 벗어날 때까지 양육비 및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경비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아이가 원하는 교육이나 생계에 관련된 비용 모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었다.

임신부터 18세면 거의 19년을 그 아이의 아빠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 번의 실수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판정에 우리는 한동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사건이었지만 중요한 부분으로 정해져 있는 규칙들을 철저히 지키고 따라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그 여성의 삶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 줄 요약: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실수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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