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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프랑스시골소녀 Aug 01. 2021

15.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예전 회사에서 현장파견을 갔을때 매일 중국집만 가던 시절이 있었다. (왜 현장 사람들은 중국집만 가는가...) 어느날 현장에 계시던 차장님이 내게 처음으로 점심에 대해 물어보셨다.


"유리 뭐 먹고싶니?"
"저는 곤드레밥 먹고싶어요"

중국집의 느끼함에 질린 나는 건강식이 먹고싶었다. 간식을 잡을때도 말린 곶감이나, 식혜 이런 것들을 먹는 모습을 보며 회사 사람들이 할머니 입맛이라고 다들 놀렸었다. 그렇게 건강식을 좋아하는 할머니 입맛이었던 내가 이곳에서 유기농 채소들로 건강식만 먹으니 이상한 증세가 하나 생겼다. 눈에 자꾸 밟히는 햄 버 거 광고에 눈을 떼지 못하겠다. 햄버거들이 얼마나 탐스럽게 생겼던지, 한국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던 햄버거 광고판을 그렇게 쳐다보게 된다. 마치 « 집으로 » 영화에서 어린 유승호가 할머니 시골집에서  '프라이드치킨'을 손짓 발짓으로 표현하던 그 아이의 마음이 지금의 나와 같을까 싶다.

햄버거 광고만 봐도 침을 흘리게되는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오늘 저녁은 집에서 50km 남짓에 떨어져있는 도시 '님'에 방문했다. 이유인 즉, 오늘밤에 열릴 님의 음악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알레스에 오기위해 잠깐 환승하러 들렸던 도시를 이렇게 빠르게 방문하게될줄이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밤 10시가 넘어야 해가 지는 요즘은 저녁 8시에도 대낮인듯 밝다.  



벌써 골목 골목마다 사람들과 음악소리로 넘쳐난다. 이 골목에 가면 재즈 공연을, 저 골목에 가면 헤비메탈 공연, 그 골목에 가면 포크송 공연. 골목마다 각자의 노래를 뿜어내고 있다. 노래가 울려퍼지는 골목마다 사람들은 모두 노래에 취한 듯 몸을 흔들고 있다. 골목 마다 라이브 공연장을 연상케 하며 내가 만약 이런 음악과 예술의 도시에서 태어났다면, 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 해 보게된다.



어릴 때 엄마말로는 난 백댄서가 꿈이었다고 한다. 사실 기억도 안 나는 꿈이지만말이다. 내가 티비 볼때 마다 가수는 안보고 백댄서만 보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는데, 어릴때 흥이 넘쳤던 내가 이 도시에 태어났다면 어쩌면 저 무대가 내 무대였을지도 모르겠다며 방상과 세실과 함께 이 골목 저 골목 흥에 취해 돌아다녔다. 그러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레스토랑을 찾기 시작했다. 취향에 맞는 노래가 들리면서, 공연도 잘 보이고, 맛도 있는 그런 레스토랑을 찾고있었다. 그러나 저녁 메뉴가 마음에 들면 공연이 헤비메탈. 공연을 보며 저녁을 먹으면 머리를 흔들며 체할거 같아 패스. 딱 마음에 든 공연이 보여도 주변 식당은 이미 만석이거나, 너무 비쌌다. 그러다 찾은 곳. 햄버거집. 그렇게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햄버거였다. 베스트라고 붙어있던 햄버거를 선택했다.  베스트라고 붙어있으면 최소한 망하지 않겠다며 선택했는데..



녹색햄버거다. 뭐 모양이 이러면 어떠리 맛만 좋으면 되지 안그렇습니까? 하며 한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다. 식욕을 떨어뜨리는 색도 나의 허기짐을 이길순 없었나보다. 오랜만에 먹은 기름진 햄버거에 만족해하며 방상과 세실과 함께 음악에 젖은 아름다운 도시를 찬찬히 걸어본다. 정말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온듯,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다른 노래를 재생 한 듯 니는  "님 "의 재생목록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님에 흠뻑 취할 무렵 파리에 사는 프랑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너 오늘 음악축제 보러 오늘 밤에 외출했니?'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나는 당황했다. 왜냐면 그 친구에게 음악축제를 즐기러 님에 간다고 말했던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어?'
'뭘 어떻게 알아?  내가 방금 너에게 물어봤잖아.'
'응? 아니 나 님에 음악축제 보러 가는거 어떻게 알았냐고'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님에 음악축제가? 재미있게 즐기고와!'

안풀리는 의문을 가진채로 축제를 즐기고 있던 내게 방상과 세실이 물었다.

'한국은 음악 축제일은 언제야?'
'음악 축제일?'
'응! 오늘처럼 말이야! 6월 21일'

그 순간 알았다. 프랑스에는 공식 음악 축제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순간 온 프랑스의 도시들이 음악으로 젖어 들고있다는 사실을. 이 순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실을 아는 순간, 이 순간이 더 좋아졌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프랑스 전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프랑스 깊숙히 내가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콧바람이 시원한 남프랑스의 여름밤이 더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님의 이 순간.  인사해주는 방상과 세실도 너무 아름답다. 


파리의 친구가 보내준 파리의 이순간. 엄마와 딸이 함께 즐기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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