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있다.
레이첼과 나는 그렇게 몽펠리에에서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프랑스에 널리고 널리던 카페는 왜 오늘따라 안 보이는지. 뜨거운 남프랑스의 태양 아래 밑에 다 떨어진 구두를 끌고 헤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길도 모르고, 불어도 못하는 우리에게 한줄기 빛은
바로 구. 글.
“오~ 여기서 가까운 5분 거리에 <le Miami>라는 카페가 있는 거 같아"
“잘됐다. 얼 릉가자”
가는 내내 우리는 카니발이 시작 시간, 끝나는 시간, 어떤 카니발 인지도 모른다며 결국 우리는 여태껏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곳에 와있었고, 심지어 지금도 모르고 있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얘기하며 카페로 향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사실 한 가지.
“아, 오늘 일요일이지”
“제발 열렸길”
그 흔한 카페도, 마트도 다 닫는 프랑스의 일요일인데, 과연 그곳은 열렸을까? 황당함의 연속이었던 오늘 하루 중 이곳만은 멀쩡하길 바라며 저 멀리 카페가 보였다.
프랑스 카페들의 당연한 모습인 테라스의 테이블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야외 테이블에 몇몇 남자들이 그곳에서 신문을 보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울라라~ 열렸어”
겨우 도착한 그곳. 그런데 약간 분위기가 여느 카페와는 달랐다. 파리지앵들이 담배를 우아하게 피우던 그런 도시적인 느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다른 선택이 없던 우리는 그곳을 들어가야 만했다. 그곳은 온통 남자들뿐이었고, 여자라고는 오직 바에 맥주 주문을 받는 직원 한 사람뿐이었다. 그곳에 있던 모든 남자들이 이상하다는 듯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린 이미 바 앞이었고, 바의 여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봤다. 난 그저 아주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쳐다보는 시선에 대항하듯 나는 자연스럽게 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맥주 두 잔이요”
“자리로 갖다 드릴게요”
맥주를 주문한 뒤 가장 무서워 보이는 아저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찬찬히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곳의 공기는 약간 격앙된 느낌이었고, 잠깐 동안의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던 남자들은 이내 곧 별일 아니라는 듯이 온통 문쪽에 달려있던 티브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티브이에서는 치열하게 말들이 달리고 있었고, 티브이를 시청하던 남자들 손에는 종이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 위에도 놓인 배팅 종이.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던 카페는 경마 배팅 카페였고, 새초롬하게 화장을 하고 예쁘게 옷을 입은 젊은 영국 여자와 한국 여자 둘이 들어오니 이상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한 나는 마치 그들이 우리의 프랑스어를 못 알아들을 거라는 듯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레이첼, 이곳은 경마 배팅을 하는 곳이야”
“응 나도 알고 있어”
“오늘 참 이상한 날이다.”
“정말 이상한 날이야”
불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 둘이서 프랑스 어느 도시의 구석에 있는 경마 카페에 둘이 앉아 있는 꼴이라니, 생각만 해도 이상하고 웃긴 상황이었다. 웃기지만 낯선 곳에서 남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서로만을 쳐다보며 무섭지 않다는 듯, “건배”를 외치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마음은 여유롭지 못했던 이상한 어느 카페의 맥주를 마시고는 다시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있는 공원으로 돌아왔다.
이제 곧 시작하려나? 우리는 그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앉아 연주하는 걸 바라보았다. 첫 번째 그룹은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북을 치는 그룹이었는데, 흰옷에서 종이꽃을 달아 입었고, 두 번째 그룹은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속해있는 그룹으로 형광색의 티셔츠를 맞춰 입은 로데브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인 그룹이었다. 거의 노인들로 구성된 그룹이었으나, 그들의 표정에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힘이 있었다.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함께 맞춰 입은 티셔츠에 9부 흰 바지를 입고 빨간 줄무늬 귀여운 양말을 한껏 높이 올려 신었다. 역시 패션 센스는 양말에서부터라고 생각을 하는 동안 다른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이 지나갔다. 로마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코스튬을 한 그룹이었는데, 이들은 흑인 여자 댄서까지 카니발의 흥 담당이었다.
내가 생각했고 꿈꿨던 카니발은 아니었지만, 카니발 자체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바라보며 함께 즐기기에는 충분한 카니발이었고 그 큰 공원을 3바퀴 정도 행진 한 뒤 어느 큰 나무 아래에 다함께 모여 연주하고, 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2시간 동안 공원을 돌며 북을 쳤는데도 아직 에너지가 남아있는 듯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음악을 할 때 행복하다는 말을 하며 그 만의 담배를 피우고는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