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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프랑스시골소녀 May 29. 2021

7. 모든 걸 다 이해하며 살 수 없지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한국을 떠난 지 고작 한 달. 부모님과 자주 영상통화를 한다. 내가 한다기보다 영상통화를 당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엄마와 통화를 하다 보면 30년 평생 같이 살 때보다 훨씬 애틋해지고, 더 보고 싶고, 사이좋은 모녀가 된다. 오늘도 하루 일과를 나누던 중 엄마가 내게 말했다.


"요즘 인생극장에 프랑스 여자와 한국 남자가 결혼해서 사는 얘기가 나와. 근데 그 둘이 결혼해서 한국 가서 산다고 하니까 프랑스 여자 부모님이 행복하게 잘 살라고 기뻐하며 응원해주는 모습이 나왔는데, 엄마는 네가 떠날 때 기뻐하며 응원해 주지 못하고 슬퍼했던 게 참 반성되더라"

엄마의 얘기를 들으니, 내가 떠남으로써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도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강해지는 시간을 보내는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수잔 아줌마의 친구들이 스위스에서 놀러 왔다. 아저씨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놀러 와서 즐거우셨는지, 오늘은 특별한 만찬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라. 자. 냐  



부엌 벽에 걸려있던 무시무시한 칼로 박을 켜듯 허브를 다듬었다. 그렇게 크리스티앙 아저씨를 도와 라자냐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자냐 레시피에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다. 고기 소스가 들어간다는 것. 라자냐에 고기가 들어갈 수 있지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레이첼은 채식주의자이다. 그녀는 15 이후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후 지금까지 고기를  한 번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변에서 보기 힘든 채식주의자들이 유럽에는 정말 5명 중 1명꼴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 식당에는 채식자들을 위한 메뉴가 늘 준비되어있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레이첼을 위해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고기가 들어있는 소스와 들어있지 않은 소스를 따로 조리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채식주의자인 레이첼을 위해 번거롭지만 소스를 분리해서 두 팬에서 소스를 조리하였고, 레이첼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2개의 소스가 완성되자 오븐용 그릇에 들어있는 라자냐 면 위 우측에는 고기가 들어있는 소스를 붓고, 좌측에는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소스를 부었다. 나눠 조리했다는것이 무색하게 소스를 같은 "한" 그릇에 부었던 것이다. 한 그릇에 그저 자리만 나눠 담았을 뿐. 두 소스가 붓자마자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었고 그렇게 순식간에 고기가 들어있는 소스가 뒤섞인 라자냐는 오븐에 들어가 있엇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레이첼은 내게 줄곧 말했다. 

 


 아마  요리를 먹을 수 없을 거야. 고기 맛이 날 거 같아. 그는 채식주의자를 이해해야만 해”
넌 꼭  부분을 그에게 말해야 해. 할 수 있겠어?”
“아
마도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채식주의자를 이해했지만그의 요리는 채식주의자용 조리법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결국 레이첼은 라자냐에 심취해 있는 아저씨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수잔 아줌마와 그녀의 친구들 앞에서 채소로만 이루어졌지만고기 소스가 섞인 라자냐를 먹었다. (먹는 시늉이 더 정확하겠다) 레이첼은 자기로 인해 식사 자리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인지 차마 말하지 못했던 거 같다. 나는 식사 내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괜찮아?”
 괜찮아



다행히도 많은 양을 먹지 않고 그녀는 저녁 시간을 무사히 넘길  있었다. 


다음날 아침 레이첼이  침대로 다가와 말했다.

우리는 5분 뒤에 장을 보러 가야 해”
“뭐? 지금?”

 지금
 

수잔 아줌마와 그녀의 친구 


어제저녁 식사자리에서 수잔 아줌마가 장을 보러 가자고 말했던 불어까지는 이해했지만 시간이 "다음날 아침"인지는 이해 못했던 레이첼과 나는 급하게 외출 준비를 끝내고 수잔 아줌마의 차에 올라탔다. 불어가 서투른 레이첼과 나는  반만 알아듣는다예를 들어, 정원에서 일할 때도,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말했다. 


얘들아, 문 닫고 들어와 

하지만 우리는 ”이라는 단어만 알아들은 채, "문"으로 지금 들어오라는 거구나 판단하고 문은 닫지 못했고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말했다.

너네는 또 이해 못했어. 이해 못했어”
 
 
결국 우리는 매 순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함께 살고 있으니 삶은 어쩌면 다 이해하고 사는 게 아닐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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