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은행은 참 이상한 존재입니다. '21년 5월까지는 물가를 금리인상의 이유로 아예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니, 6월이 되자 물가가 금리인상의 이유라는 100가지 이유를 갖고 온 듯 태세전환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8월에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인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두명도 아니고 금통위 여러 위원들이 5월까지의 생각과 6월까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부동산 가격은 막상 6월은 좀 잠잠했고 1~3월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고, 그리고 7월 이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으니 말이죠.
어쨌든 한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금리와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은행 사례를 든 것은 금리는 결국 성장율과 물가라는 2가지 기준으로 크게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준 역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2가지, 결국 고용은 경제이고 성장율의 근간이므로 이 두가지를 2중과제인 Dual-mandate라고 하여 관리하고 금리결정을 이 두가지로 하고 있죠. 이렇듯 금리는 물가만으로도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으며, 경제만으로도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고, 둘 다의 영향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라 보시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란, 물가가 한참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것 같은 상태이거나, 성장율이 괜찮게 나와서 금리를 올릴만한 환경이 된 상태 정도에서 올릴 겁니다. 이런 시기라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가 없겠죠. 경제도 좋고 물가도 오르는 그런 상황이니까요. 반대로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란, 장기적으로 성장율을 담보할 수가 없고, 물가 역시 오르지 않는 그런 상태입니다. 이럴땐 금리를 내려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가 쉽지 않겠죠. 경제도 안좋고 물가도 내리니까요.
그러나, 실제로는 금리를 내리다가 제로금리까지 갈 정도로 금리를 끌어내리는, 그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한 나라들에서 예외없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 등 자산시장의 전반적 상승이 나타났죠. 물가는 오르지 않았으나 자산가격은 상승했는데요. 이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그로 인해 풀린 돈들이 경제보다는 투자와 자산시장쪽으로 흘러가는 영향이 컸다고 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도 크게 보면 비슷한 흐름이었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대출을 일으켰고 일어난 대출은 자산시장으로의 투자로 좀 더 이어졌던 것이 지난 7년여의 흐름이지 않을까 합니다.
가계대출은 2014년에는 연간 36조 정도 늘어나던 것에서 현재는 100조원 이상 증가를 합니다. 다만 금리 수준이 1/2라면 실제 부담액이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며, 대출상환 부담의 크기로 봤을때 2014년이나 2020년이나 대출이 약 3배 늘어난 것 대비 부담율은 1.5배 수준 정도로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경기에 무덤덤한 듯 자산가격만으로 금리를 올릴 것만같은 이번 8월의 금통위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25bp올리고 다음에 또 25bp를 올린다 하더라도, 이것이 원리금상환 부담의 증가로 이어지지, 가계신용 증가속도의 큰 둔화로 이어지기는 아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여전히 부동산을 매수하고싶어하는 사람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금리 인상은 극복할 역경이지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접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에요.
주택 시장은 현재 매우 복잡해진것이 사실입니다. 하나씩 풀려고 해도 쉽지 않고, 매우 얽힌 실타래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가격이 잡히냐는 질문을 수십번도 넘게 들어본 것 같은데요, 금리 뿐아니라 가계신용/대출과 관련한 종합적이고 깊은 접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대출 역시 매우 복잡해서, 5억원, 6억원, 9억원, 15억원 등에 따라, 본인 소득에 따라, 주택 보유여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상품에 따라, 차주의 명의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금리는 그런 복잡다단한 대출의 한 단면일 뿐이므로, 정부는 금리 오르면 다 되겠지 하고 손놓다가 다시 어어어? 왜 이러지 하기보다는, 시장이 지금 얼만큼 복잡하게 얽혀서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참,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기조를 밝히긴 했는데, 이게 몇년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책임(저금리/유동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금리인상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평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