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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영 Jun 19. 2023

청암산, 나의 에너자이저

요즈음 몸이 천근만근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날이 밝았는데도 눈꺼풀이 떨어지질 않아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다. 5박6일의 해외문화예술 교류 추진으로 다녀온 베트남 일정에서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며칠 안남은 중요한 행사 일정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시달린 탓이다.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자꾸만 몸이 가라앉고 피로가 풀리지 않아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향하던 청암산 마저도 ‘오늘은 하루 쉴까’ 하는 게으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역시 오길 잘했다. 차에서 내려 청암산 공기를 심호흡으로 받아들이니 머리와 가슴이 한결 시원해진다.  전에는 벚꽃이며 진달래, 철쭉 등 분홍으로 물들었던 산 입구가 이제는 노랑으로 환하게 반겨주고 있었다.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데, 어디선가 달콤한 향내가 손짓한다. 바로 하얀 인동덩굴 꽃이었다.

요즘엔 꽃을 확대해서 자세히 찍곤 하는데, 모양이 날쌔고 수술이 길게 여러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어 마치 음표들이 노래하듯 경쾌한 모양이다.


주로 5~6월에 피는 층층나무도 나무결대로 층층이 하얗고 단정한 꽃잎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대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기 죽순들이 솟아있고. 심지어 야자매트까지 뚫고 올라와 있었다.

저 여린 순들 속에 어떻게 저런 강한 힘이 숨어있는지 새삼 감동스럽다. 어린 죽순에 맺힌 아침이슬은 너무 영롱하여 잠시 숨을 멎고 바라본다.     

산 그림자가 입술모양으로 비친 호수가에 연꽃 이파리 서너개 내밀은 강물은 마치 아기를 잉태한 산모의 배처럼 살짝 부풀어 있다. 나는 곧 태어날 분홍 연꽃들의 향연을 상상하며 금새 행복한 마음이 몽글몽글 올라옴을 느꼈다. 큰 이파리 아래 작은 이파리들이 도레미파솔라시도 노래 부르는 소리로 마음의 묵은 시름을 씻어냈다.     

청암산 호수 앞에서 수십 번도 더 본 이 풍경 앞에서 나는 오늘 또 새삼스레 감탄하고 감동한다.

보고 또 보아도 새롭고 좋은 두근거리는 당신처럼, 혹은 나처럼

호수에 비친 햇살의 반짝거림, 물의 색깔, 그 위에서 물장구치는 어린 오리

물에 비친 산그림자의 대칭, 이곳의 아무것도 없음이 나는 좋다. 빈 공간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아름답다.

구름은 물결 위에서 숨쉬고 나는 숨죽여 바라본다.     

짧은 산책이었지만 가슴이 뻥 뚫리고 또 일주일 살아낼 힘을 얻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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