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헤맸던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
연결은 가능하다. 내 삶의 모든 순간은 매번 다른 순간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읽기’는 ‘쓰기’와 연결되었고, ‘쓰기’는 또 무엇과 연결되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나의 글쓰기 수업은 혹시 ‘책 쓰기’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
한길문고에서 개최한 <편집장과 함께 하는 글쓰기> 강좌를 들으며, ‘내가 책을 낸다면?’이라는 질문을 처음 나 자신에게 해보았다. 그리고는 장 제목과 꼭지 제목, 각 꼭지의 키워드로 구성된 책의 목차를 써 보았다. “우와! 이거 뭔가 그림이 보이는데?”
글을 잘 쓰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는데.
아! 나는 사실 공무원 생활을 잘 해내지 못했고, 못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국장’ 아니면 ‘완전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 정도의 임팩트는 있어야 할 텐데.
현재의 나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맡은 일만 간신히 해내고 있는 처지라, 아쉬운 마음만 간절하다.
“그때 이런 말들을 누가 나한테 해줬더라면, 그것은 그런 거였구나!, 그때 그 일은 이렇게 해야 했던 건데.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나에게 펜을 들게 했다.
어쩌다 시작했고, 빨리 칼퇴근하고 연금이 보장된다는 장점 하나로 버텨온 직장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냥 의미 없이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마침, 나와 같이 일하는 새내기 S를 보면서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저랬는데.’ 그때, 나와 같이 일했던 그 계장님을 이제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S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지막하게 들려주고 싶다.
소영. 네가 맡은 업무는 1회용품 줄이기 활성화, 재활용품 교환 캠페인, 음식물 폐기물 감량 업무 등이야.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지?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되든, 근거 법령을 먼저 찾아봐.
우리 부서는 군산시 폐기물 관리 조례, 군산시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억제 수집 운반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조례, 군산시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에 관한 조례 등등 조례와 시행규칙과 관련이 있어. 조례를 보면, 그 업무의 목적과 꼭 해야 할 일과 절차와 방법 등을 대략 알 수 있어.
더 자세한 내용은 시행규칙을 보면 알 수 있지.
그런 다음엔 전임자의 이야기를 들어봐. 전에는 그 업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대략 흐름과 일의 중요 포인트를 잡을 수 있어. 기본기가 있어야 창조가 가능하듯, 기본 업무를 파악하고 있어야 창의적인 시책도 제안할 수 있더라. 그리고, 같은 업무를 보고 있는 타시군 담당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해. 대부분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담당자끼리 소통을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 사업량도 서로 비교 검토하면서 적정량을 파악할 수도 있고.
우리가 이번에 실시한 아이스팩 사업도 고양시와 세종시 사업을 참고하고 벤치마킹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내가 볼 때 초보자와 베테랑의 차이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는지 차이라고 봐.
베테랑은 큰 그림을 보고, 사업의 목적과 핵심을 알고 있어서 거기에 부합되는 범위에서 융통성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반면, 초보자는 지침의 세세한 부분에 얽매여서 다양한 민원의 욕구에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시민의 불만을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
우리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들임을 항상 염두에 두면 좋겠어.
의사는 아픈 사람 하나하나를 치료해 주는 사람이지만, 평생 환자를 치료해 주어도 분명 한계가 있어.
우리는 시민 건강을 위해 기본 환경과 건강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 눈에 보이지 않고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의사 못지않게 보람도 찾을 수 있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요구르트 아줌마를 동원하여 매일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운동과 교육 등 복지시스템을 제공할 수도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네모라는 사회 위에 더 큰 네모 상자가 품고 있는 문제,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제로> 범시민 캠페인을 펼칠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우리야!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해왔고, 해야 하고, 할 수 있어!
나의 글쓰기는 어느 방향이로든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꼭 ‘책 쓰기’가 아니더라도, 나는 계속 읽고, 쓰고, 그리고, 꿈꿀 것이다.
진정한 나 자신이 되어갈 것이고, 그런 나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후배에게 하고픈 말들 #안타까운 마음에 펜을 듭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
#오직 시민 #공무원의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