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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숙소를 찾을까?

좋은숙소가 되기 위한 조건 (1)

by 김정완

숙소를 운영하다보니 잘나가는 숙소는 평균적인 숙소에 비해서 어떤 부분이 뛰어난 것인지 그 차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분명히 사진으로는 굉장히 멋져보이는데 예약률을 살펴보면 좋지 않은 곳들을 볼 때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 아쉽지만 그러한 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사진으로는 멋진곳인데 예약 성적(?)이 좋지 않은 곳은 있지만 사진으로 형편없는데 결과가 좋은 곳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집안이든 집 주변이든 일단 시각적으로 훌륭해서 찾아오게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 멋짐과 훌륭함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숙소는 부동산이라 한번 결정된 조건은 크게 바꾸기 어렵다. 교통, 주변 관광지 또는 부대시설, 기후, 이웃 등은 힘과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운명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인테리어, 마당 조경, 주차 또는 편의시설과 같은 것들은 금전적인 투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아주 짧은 시간안에도 환상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무엇을 고르고 감각적으로 어떻게 배치해서 마감할 것인가는 맨파워(운영자의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에 정성과 노력, 그리고 역시 운이 필요하다. 부동산 입지조건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이 장소로 결정하기로 했던 바로 그때 뿐이다. 그때야말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숙소가 가지는 조건들 중 2/3가 결정된다. 이번에는 그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꼼짝없이 주어진 조건을 슬기롭게 극복해보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다뤄보겠다.




잘되는 숙소의 조건 1.

<뷰>


우리가 시간을 내서 멀리 여행을 가는 이유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것을 '보기'위해서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서 보면 신기하게도 곧바로 기분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묵혀있던 나쁜 것들이 변기에 물 내려가듯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내 시야에 펼쳐진 아름다운 들판과 푸른 하늘이 비록 내 것, 내 소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대자연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좋아하게 된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거대한 자연물을 보고 경이로워 할때 어린이들은 주로 발밑 아래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개구리에 감탄한다.


좋은 뷰는 길을 걷다, 운전을 하다, 산행을 하면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가 의도한 듯 마련된 뷰은 조금 색다른 느낌을 준다. 집 위치를 바꿀 수 없는것처럼 집에서 보이는 뷰 또한 바꿀 수 없는데, 이 뷰가 한국의 최고의 뷰가 아닌게 아쉬울 수 있지만 또한 그렇기때문에 '이 집'과 '이 뷰'의 '이 조합'은 지구상에서 오직 하나뿐이 된다. 수많은 산 능선 가운데,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 중에서, 하필이면 이 하늘과 이 논밭이 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액자화(Framing)된 작품과 같다. 그렇다고 아무 그림이나 좋은 액자에 넣는다고 모두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빼어나게 잘 그린 그림보다는 특색있고 매력있는 그림이 차라리 더 낫다.


숙소에 도착해 창문 커튼을 젖혔더니 옆 건물 벽만 보인다면 결코 좋은 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시야에 장애물이 전혀 없는 뻥뚫린 뷰가 100% 좋은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그런 뷰는 조금 쓸쓸하고. 바다 바로앞에 있는 숙소의 오션뷰가 그런 경우다.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뚫려있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요소들과 아름다운 대상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런 뷰가 좋을 것 같다. 너무 까다로운가? 만약 내가 고심끝에 선택한 부동산이 다른 점은 모두 괜찮지만 아쉽게도 멋진 뷰가 쏙 빠져있다면? 그럴때는 아름답고 흥미로운 뷰를 작게나마 창조해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아직까지 경험해본적은 없지만 나중에 내가 선택하게 된 집이 다른것은 다 좋지만 뷰가 옆집 담장이라면, 마당에 아담하지만 풍성한 정원을 가꾸는 것은 삭막한 뷰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시원한 전망이 나오지 않는 집이라면 마당에 정원을 만들어 정원뷰를 구현한다 | 유튜브채널 Living Out Loud에서 캡쳐





잘되는 숙소의 조건 2.

<가성비>


예전에 여행을 할때면 나는 늘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찾아다니는 편이었다. 하루종일 거리를 돌아다녔고 심지어 밤에는 야시장을 구경하는걸 좋아했다. 잠을 자기위해 숙소를 들어갔었기 때문에 1박에 10만원 이상 내기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커플여행일 때는 1박당 최대 15만원, 혼자하는 여행일 때는 1박당 최대 5만원 수준에서 숙소는 결정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고급펜션이나 풀빌라, 이름있는 호텔은 방문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사람이 여행자를 위한 숙소를 운영하고 있으니 숙박요금이 비싸질 수 없는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보통 자영업자는 본인의 직감을 토대로 가격을 책정하기 마련인데, "내가 이 곳에 머문다면 이정도를 내면 적당하겠다" 이런 마음이 기준이 된다. 그래서 숙소를 오픈하자마자 손님에게 자주 들었던 피드백은 "가격이 저렴하다"였다. 그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라 외국을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내 독채숙소로 몰려들어 숙박요금이 지금보다 비쌀때였다. 그제서야 나도 주변을 살펴보니 죽림주간과 비슷한 숙소가 2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번은 이런 경험도 있었다. 지인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숙박업에 대한 강의를 하기위해 모 지역의 도시재생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1시간 반 정도의 강의가 끝난 후 청중중에 한 분이 손을 들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이 정도 되는 숙소가 이것밖에 안받으면 다른 업자들은 뭐가 되나요?" 알고보니 그 분도 그 지역에서 숙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내가 운영하는 숙소의 가격이 평균보다 싼 점에 대한 지적이자 일종의 푸념이었다. 소비자가격은 사업체가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고 사회적인 합의나 약속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않는 손의 이론처럼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참여하는 각자 자기에게 이롭다고 판단하는대로 행동하면 전체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소비자가격을 낮춰서 동일한 제품을 파는 셀러는 매출건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개당 마진율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수익률 ROI (Return on Investment)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법을 위반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시장참여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되기 때문에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그만큼 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예민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명품 소비재의 경우 일부러 고가의 전략을 쓰기도 한다. 그쪽 세계에서는 가격은 제품의 질을 합리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지표가 아니다. 애초에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기때문에 그러한 전략이 먹히는 것이다. 즉, 사람이 다르다. 나는 애석하지만 그러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부류라서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먹힐 전략을 고민한다.


아내와 나는 다행히 소비감각이 비슷한 타입이라서 숙박요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자린고비 둘이서 합리성을 우기며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숙소에 지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최대치는 2인일 경우 20만원 중반, 4인일 경우 30만원 중반. 성수기인지 비수기인지, 주말인지 평일인지에 따라 오차는 있겠지만 뭉뚱그려서 제시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아내와 함께 근사해보이는 다른 숙소 여러곳들을 온라인으로 구경하곤 하는데, 숙소의 시설적인 부분들은 뛰어난데 비해서 예약률이 낮은 곳들은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았다. 가격을 조금 낮추면 예약률이 올라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면서도 이미 시설에 투자한 양이 대단해보여 가격을 낮추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업주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구매를 결정할 때 가격이 매우 중요한 나와 아내와 같은 타입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근사한 시설보다는 적당히 좋은 시설에 적당한 가격이 붙고 거기에 주인장만의 독특하고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면서 집에서 볼 수 있는 뷰가 훌륭한 곳이 베스트다. 최고의 자재와 소품으로 공간을 구성해서 고객경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도 훌륭하지만, 그런 노력이 가격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고급화 전략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되는 숙소의 조건으로 총 다섯가지를 생각했고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분량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오늘은 이만 줄일까한다. 미리 스포하자면 세번째 조건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네번째는 주인장의 세심함, 그리고 마지막은 생뚱맞게도 동물친구들이다. 숙소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빠질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조건 인테리어가 고급지다고 좋은건 아니다. 따스한 인테리어가 핵심인데 내가 생각하는 따스함에 대해서 정리해보겠다. 주인장의 중요성은 예전의 숙박업계에서는 매우 간과되는 부분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주인장과 손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면/비대면 교류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다른 숙소와 차별화시키는 포인트가 된다. 마지막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아내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다섯번째로 동물친구들의 활약이 포함되었다. 이 다섯가지 조건은 매우 주관적인 우리 부부의 의견이고 정답이 있을 수 없기때문에 재미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럼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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