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완 Apr 18. 2023

충고할 때 중요한 것

꼰대처럼 말하지 않는 방법

바야흐로 '꼰대'의 시대입니다. 이게 무슨말이냐고요?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제 '꼰대'의 뜻은 모든 사람들이 알게되었고 영국 BBC에서 '오늘의 단어'로 kkondae를 선정할만큼 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치 톰과 제리처럼 '꼰대'는 'MZ세대'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밌는 점은 딱 제 나이(41)가 두 집단 모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린 친구들에게 꼰대소리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윗 세대들을 꼰대라고 불평하는 젊은세대가 되기도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 나이는 기성세대가 틀림없을텐데 지금은 초고령사회에 근접하게 되면서 아직까지 중위연령*도 안되는, 세대의 경계에 걸쳐있는 신세입니다.

*중위연령 : 총인구를 나이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


충고에 관한 말을 하려다가 꼰대를 먼저 소개한 이유는, 충고를 하면 꼰대가 된다 이런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꼰대가 되는것이 두려운 나머지 충고마저 피하게 되는 현상과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위해서 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충고란 무엇일까요?


꼰대가 되는것이 두려워 거북하고 민감한 주제를 피하거나 어떤 사람에게 충고가 꼭 필요한 시기를 놓친다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쓴소리를 들을 당시에는 다소 싫었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슬며시 재평가되는 경우도 있지않나요? 정말로 소중하게 아끼는 대상이라면 가끔은 불편한 이야기도 해줄 수 있어야합니다. 그럼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을 진심으로 도와줄 수 있을까요?



힘을 주는 조언


좋은 조언이란 상대방을 힘이 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고를 듣고 난 뒤에 다시한번 해볼 용기가 생기는가 그것이 기준입니다. 다른 방식을 선택하게 하는것이 아니라 한번 더 하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고를 듣는이가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또 실패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본인 역시 또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을테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어설픈 과정을 지켜봐주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타인이 자기 앞에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어짜피 본인이 아닌 타인이 그 일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지켜봐주는 것, 그리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 영향력이 미미하기만 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게 존재해주는 것이 그 일을 계속하게 해주는 커다란 동기가 되어주니까요.


힘을 주는 조언은 마치 장작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아서 마른장작에 불쏘시개까지 있다면 쉽게 불을 붙이겠지만 날씨는 습해서 장작은 눅눅한데 가진건 라이터뿐이라면 불이 제대로 붙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조언을 듣는 사람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스폰지같은 상태라면 힘을 주는 조언이 즉시 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훨씬 많아서 그럴땐 힘을 준다고 밀어부치기보다는 스스로 힘을 낼 수 있게 조금씩 독려하며 시간을 충분히 갖는것이 필요합니다. 힘을 준다는 것보다는 힘을 '스스로 갖게'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힘을 빼앗는 대화


일상적인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왠지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분명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대화를 하거나 상대방을 은근히 무시하는 그런 대화를 할때는 누구나 비슷한 기분이 들겁니다. 그럴때는 대화를 되도록 빨리 마무리짓고 그 자리를 떠나는것이 건강에 이롭습니다.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이 대화가 끝나는 시점에 왠지 그 전에 없던 힘이 생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것이 좋습니다. 조언이라고 하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상대방의 잘못을 냉철하게 지적하면서 선견지명 해법을 제시해야 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지만 (특히 상대방의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할수록) 그렇지 않습니다. 조언도 대화의 연장이고 조금 무게감있는 대화일 뿐입니다. 대화인줄 알았는데 조언이 되어버렸고 조언일줄 알았는데 대화나 다름없었네? 이런 상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무게를 잡고 시작하게되면 몸이 경직되어서 쓸모있는 말을 흡수하기 어렵습니다. 스폰지같은 상태가 되려면 일상대화와 같은 분위기여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