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다음 날 드디어 아이를 안아볼 수 있었다. 간호사가 안고 온 아이는 어제의 그 아이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사람 눈이 이렇게까지 부을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벌겋게 부어오른 눈. 조금 전까지 울어서 그렇다지만 뭔가 낯설다. 다시 한 번 엉뚱한 생각이 든다.
'정말 내 딸이 맞는거겠지? 바뀐건 아니겠지?'
아이를 품에 안았다. 너무나 작고 가볍다. 천으로 된 인형을 이불로 감싸 든 느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힘겹게 오물거리는 입, 이따금씩 가늘게 떠 세상을 살피는 퉁퉁부은 눈. 감격까진 모르겠지만 괜찮은 기분이다. 조금 더 외롭지 않아진 느낌이랄까.
슬쩍 손가락, 발가락이 열 개인지 확인했다. 다들 손, 발가락부터 확인한다더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말하지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아이다. 어디가 아프진 않은지, 잘 보이고 잘 들리는지도 걱정된다. 그나마 눈으로 확인가능한 게 손, 발가락 개수다. 그걸로 조금은 안심하는 것이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 하고 마누라와 함께 입원실로 돌아왔다.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은 아이에 관해선 그들이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우선 해야할 것은 마누라의 회복과 일상을 돕는 일이다.
나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고 마누라도 모른다. 둘 다 아이를 가져본 건 워낙에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