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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담 Aug 03. 2021

#03 좋아하는 네가 내집에 오다니

천에 꼭꼭 쌓인 아이를 받아 안고 산후조리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이제 우리집으로 간다. 이제야 정말 내 아이 같았다. 그냥 모든 것이 설레고 기대되고 세상이 아름다워졌다. 한시바삐 집에 도착하고 싶다. 뭐랄까, 예쁜 쇼파나 테이블, 최신 텔레비전이나 애플 컴퓨터를 매장에서 건네 받은 뒤 세상 즐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갈 때와 비슷한 기분이라면 너무 이상한 비유일까.


품에 안긴 아이에게는 지하주차장도, 차를 타는 것도, 조리원 밖 세상에 나가는 것도 처음이다. 아이가 이제부터 경험할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이다. 그리고 그건 엄마, 아빠의 세상이기도 하다. 나는 이 아이를 나의 세상에 데려간다. 지하주차장 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왕복 6차선 도로와, 아무렇게나 지어진 빌딩들과, 그와 맞닿은 청명한 하늘도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했을 때보다, 아이를 처음 안아봤을 때보다도 이 순간이 가장 설레고 기뻤다. 이제야 아이가 생겼음이 실감났다.


집에 도착해 안방 침대 아래에 마련해둔 아기침대에 눕혔다. 스물네평의 전셋집이지만 아이의 '본적'으로 등록된 주소지다. 출생신고 때 아이 이름은 미리 정해뒀는데도 다시 한 번 마누라에게 전화해 확인했다. 하지만 어쩐지 본적주소는 별다른 고민도 해보지 않고 그냥 현재 집으로 해버렸다. 어쨌든 아이에겐 '생애 첫 집'이니까,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 배 위에 아이를 올려보았다. 적당한 무게감과 온도, 작은 숨결에 따라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하며 느껴지는 몰랑한 살집. 더 없는 포근함이다. 안고 있는 것만으로 외로움은 사라진다.



이제 너와 이곳에서 함께 산다. 어릴적 좋아하는 사람이 어쩌다 내 자리에 앉기만 해도 행복했던 그런 기분이다. 안고만 있어도 좋은 네가 내 집에서 내 품에 안겨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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