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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Mar 11. 2024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달디단 사랑

오래도록 간절할 소원

직업상의 이유, 그리고 내가 하루하루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로 주변에 결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얼마나 드는지 헤아려 보기 이전에 정말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약해야 할 것, 고려해야 할 것, 진행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할 일이 많이 쌓이면 당장 숙면부터 빼앗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 정말 벅찰 것 같다. 그래도 하얀 드레스 입고 예쁜 사진도 남기고, 그날 하루 멋진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결혼식에 로망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나에겐 ‘공짜로 시켜 준다 해도 안 할 것 같은’ 행사 중의 하나가 결혼식이다. 웨딩 드레스…딱히 입고 싶지도 않다. 드레스를 입는 건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걸 입고 사진을 찍고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도저히 맨 정신으로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아니, 그 전에 드레스며 메이크업이며 뭐며 다 골라야 할 것 아닌가, 무언가 고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다.


사실 예전에는 결혼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 혼자 내 마음대로 내 미래를 꾸려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만나는 사람들이 결혼 얘길 하기도 했지만 나는 뜨뜻미지근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이야 이렇게 가끔 만나니 사이좋게 지내는 거지, 단 한 뼘의 틈도 없이 매일을 마주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내가 언제 떠나도 그다지 아쉬워할 사람 없는 인생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언제 이 세상을 떠도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누군가와 함께 남은 삶을 함께한다는 건 괜히 싫은 세상에 나를 붙잡아 두는 짓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떤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나서부터 나는 내 삶을 좋아하게 되었다. 살아가는 것을 넘어 나라는 사람을 조금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나니 앞으로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사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 옆에 오래 건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소원을 많이 품어 왔고, 그중 몇몇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중 몇몇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원은 내 간절하고 간절한 바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언제나 지금처럼,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우리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지만 평범한 게 원래 가장 어려운 거다. 그런 일상을 오래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밑도 끝도 없이 부정적인 상상을 하는 버릇대로 나는 또 이런저런 파국을 상상하지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이런 마음으로, 결혼식에는 여전히 추호도 관심이 없고 남들이 결혼식 준비하는 얘길 들으면 그저 대단해보일 뿐이지만, 결혼이란 형태로 오래 묶여있을 수 있다는 건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이라는 가사처럼, 나는 드레스를 입고 싶은 것도, 어느날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닌,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살아야 할 인생에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이길 바란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달디단 사랑. 그뿐.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 더 삶이 지속되어서 설렌다는 마음으로 일상을 시작할 수 있고, 밤에 잠이 들 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마음 아파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든든함을 느끼는, 그런 하루하루가 커다란 흔들림 없이 계속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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