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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걷는 사람

7월의 마음

책 김사월/이훤, 『고상하고 천박하게』

by 잎새

이번 달에는 부산 출장을 가서 비비빅과 양고기를 먹고 왔다. 엄마는 퇴원을 했고, 허리와 목에 두꺼운 보호대를 찬 채 뒤뚱뒤뚱 걷는다. 몇 번의 두드러기와 10알의 스테로이드, 낫지 않는 손목에는 2번의 주사와 의미 없는 물리치료, 시시 때때로의 비염약과 플라시보를 위한 비타민C. 몸이 무너지고 재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야근과 회사와 사람과 말에 치였다. 7월 1일에 새로 뜯은 달을 27일 치 살고 돌아보니, 내 안에 아름다운 게 하나도 없다. 온통 뾰족하고 지독한 생각들. 불쑥 솟아오르는 불평과 초조함. 눈앞의 할 일을 해치우며 먹어치우듯 살아낸 하루들. 나의 안위와 당장의 감정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어서, 타인이 들어올 자리 같은 건 한 줌의 여유도 없다.


어느 아침, 가까운 사람에게 기어이 독한 말을 뱉어놓고 나서야, 못생긴 나를 깨닫는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독소를 빼야겠어. “ 이대로는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렇게나 치고 다니는 광인이 될까 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있던 책 플랫폼의 구독을 갱신한다. 천천히 쓰인 책을 읽고, 그 안에 담긴 타인의 고민을 본다.


이렇게 피폐해지는 건 의자에 앉을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착각 때문일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 차례가 영원히 스루through될 거라는 불안.


그런데 그런 자리에 앉게 된다면 나는 행복할지

거기 계속 앉겠다고 추해지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일인지


(……) 아직도 제일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면, 생각한다.

나는 이 생태계의 일부다.

- 김사월/이훤, 『고상하고 천박하게』


한낮의 뙤약볕, 목 뒤로는 땀이 줄줄 흐르고 힘들여 찾아간 카페에서 연거푸 커피를 두 잔 마신다. 주인과 손님이 뒤섞여 떠드는 모습을 본다. 밖은 덥고 안은 시원하다. 그제야 관절이 느슨해진다. 의자 뺏기 싸움 같은 건 일어나고 있지 않아. 모든 건 내 머릿속의 주먹다짐. 5일 남은 7월을 정성껏 살아내고 싶다. 말랑한 마음을 쿠션 삼아 타인을 부드럽게 받아내고 싶다. 생태계의 일부로, 작은 존재로,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밖에 없는, 다정한 무력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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