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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조 Jun 03. 2021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안데르센 '엄지공주'

엄지공주에서 발견한 현재의 모습

엄지공주와 풍뎅이 by 남조



안데르센의 동화 '엄지공주'를 다시 읽어보았다.


기억 속의 엄지공주는 그냥 작은 여자아이의

이야기로만 남아있었다.

그래서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새삼 새롭게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줄에 묶인 채 떠내려가는 나비라든가

제비와의 어긋난 안타까운 사랑이라든가 하는 것들.


그중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풍뎅이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풍뎅이들은 엄지공주를 요모조모 뜯어보더니

촉각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머, 다리가 두 개밖에 없네. 흉하기도 해라!"

"촉각도 없잖아!"

"어머, 정말 못생겼다."

풍뎅이들이 한 마디씩 했다.

엄지공주를 데려온 풍뎅이는 그녀가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풍뎅이들이 자꾸만 못생겼다고 하자

마침내 그 풍뎅이도 그렇게 믿고 말았다.


엄지공주는 자신이 못생겨서 풍뎅이들조차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몹시 슬펐다.



엄지공주는 사실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장미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녀다.

(책에서도 그렇게 설명이 나온다)

그런데도 풍뎅이들은 자신과 다르게 생겼다며

대놓고 못생겼다고 비난한다.


다른 풍뎅이들의 말에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

풍뎅이와 심지어 엄지공주 자신까지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살짝 오버랩되었다.

나와 다르게 생긴 모습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어딘지 닮아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다.

스스로의 만족하는 부분을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나를 기꺼이 내어주며

그들이 보지 못하도록 단점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제는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던

동화 속에서 현재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이렇게 나의 엄지공주 다시 읽기는

심오한 교훈을 얻으며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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