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의 위로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by 지은담
달콤 쌉싸름한 참 감사한 하루

미술관 옆 카페에 들렀습니다.

말차와 찐~한 초콜릿의 만남이라니! 한 모금, 또 한 모금.

달콤 쌉싸름한 맛에 상큼한 오렌지 향까지.

차 한 잔에 오감이 깨어나고, 입안 가득 소리 없는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윽고 찾은 미술관.

익숙한 플라스틱 물건들과 버려진 것들이 이름을 얻어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TV 만화 속 주인공 아톰 피규어는

연마기 아래에서 서서히 분쇄되어 가고...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그릇과 소품들은

빛을 머금은 작은 버섯처럼 피어나

생명의 숨결을 속삭입니다.


물건에 깃든 오래된 기억은 추억을 회복하고

그 모든 존재는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선과 손길로

버려진 것들에 가치와 생명을 불어넣은,

기발한 착상과 묵직한 메시지가

마음에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괜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렇게 잊혔던 것들이,

다시 삶을 품는 순간을 보았습니다.


쓰임을 다한 물건들,

이제는 잊혀 색마저 바랜 것들.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의 손길에

예술작품으로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우주+림희영(Ujoo + Limheeyoung)의 ‘Song From Plastic’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위로였으며, 유용한 쓰임이었던 그것들.

지금은 지나간 시간의 기록이자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잊히고 버려지며 다친 마음은 미움과 독성만을 내뿜었지만,

다시 바라보고 기억하니 뭉클한 예술작품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어느 시간, 어느 자리에서든 세상에 존재한 모든 것은 소중합니다.

비록 쓰임을 다하고, 다시 흩어져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때,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무한히 빚어지고 스러지고,

또다시 태어나고...

그 반복의 흐름 속에서,

그것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하나는 분명합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존재했었다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여기 있다오.”


그러니 또 하나를 알겠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 마음입니다.

하느님입니다."


가슴에 한 줄기 눈물이 흐릅니다.


나도 그랬었구나.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였고, 위로였으며,

따뜻한 기억이었구나.


그럼에도 나는 버려졌던 기억만 품고 있었구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쓸모없는 것이라 여겼구나…

그렇게 긴 시간을.


이렇게 다시 보고,

다시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을.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쓰임을 다한 나는, 새로운 쓰임을 준비합니다.

새 이름으로.


달콤 쌉싸름한 오늘,

참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등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