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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se Mar 08. 2023

3월은 새로운 시작의 달

원래 생활 주기도 3월부터였으니까


학교와 거리두기

요가원에 오가는 길에는 2개의 초등학교, 2개의 중학교, 1개의 고등학교가 자리해 있다. 지금쯤이면 새 학기를 맞아 교실을 정비하고 학생들의 정보를 파악하려 틈날 때마다 상담 공장을 돌렸을 때다. 밖에서 보는 학교의 모습은 굉장히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학교 생활을 할 때도 잠깐씩 그런 평화로운 순간들이 느껴질 때가 있긴 했다. 사람 없는 조용한 학년 교무실 안에 운동장에서 웃고 떠드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가 그 때다. 요즘 날씨까지 따뜻해지니 학교 풍경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널럴한 요가복과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학교 옆을 지나갈 때마다, 학교 주차장에 주차해 있는 선생님들의 차를 보면서 미묘한 감정과 생각이 불현듯 들지만, 부정적인 쪽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와 거리를 두고 생활하다 보니 내게 있어 교사라는 직업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내가 휴직을 밝히고 나서 어떤 선생님께서는 ‘학교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되실 거예요’라고 하셨고 나는 ‘그랬으면 좋겠네요’라고 답 했었다. 평소 내가 학교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일정 공감도 해주지만 투정으로 듣거나 너무 부정적인 부분에 매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나라고 교사 일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점과 단점을 저울질해보고 내가 중요시하고 좋아하는 일들과 매칭이 되는가로 따졌을 때,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일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기반성

 공무원 철밥통에 연금이 나오는 부분에 대해 좋다고 생각한 시기는 임용이 된 후였다. 첫 월급을 받는 기쁨은 공무원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고 특별한 것도 없었다. 처음 고시 준비를 할 때는 그런 조건적인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어른들이 알아주는 직업이 교사라는 생각,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 성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원했다. 교사 생활 초반에는 나의 능력에 비해 쏟아지는 타인의 부러움, 칭찬의 말들에 어색하면서도 우쭐해져 별다른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나 개인의 성장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밖을 쳐다보며 다른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상태다. 교사는 학생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인생 경험을 알려주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론이 아닌 실제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경험이라고는 찌질하고 자존감 바닥이었던 초중고대학 생활,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내가 고시 합격에 정교사 자격연수에서 1등 한 거, 평범한 결혼 정도이다. 삼포세대 2023년을 지나는 시점에 내 경험 안에서 해줄 수 있는 말들은 결국 공부 열심히 해라 밖에 없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내가, 교단에 서서 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는 그런 말들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런 말 조차 하지 않으면 내가 굉장히 초라해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년 비슷한 수업, 비슷한 조언을 하는 앵무새가 됐다. 내 능력치, 경험치는 50밖에 안 되는데 80, 90으로 부풀려서 이야기하는 것에 지쳤고 회의가 들었다. 난 자기반성이 너무 심한 편이긴 하다.

또한 내가 전공한 미술적 재능이 현재 나에게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지냐는 건데, 내가 좋은 대학에 붙고 좋은 일자리를 얻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현재의 내가 그 재능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어디까지 영향이 미치며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지 생각해 봤다. 해를 거듭하며 미술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이젠 아이들의 미술적인 재능을 길러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가 수업 준비를 하는 만큼 아이들이 반응이 좋고 내 수업을 좋아해 주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다. 손재주가 늘거나 그림 실력이 느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담임 업무나 다른 업무에 집중이 분산 됐고, 힘에 부쳤던 나는 점점 수업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게 했던 수업을 반복했고, 매년 만나는 아이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더 이상 내게 감흥이 오지 않았다. 한 해 한 해가 비슷하고 계속 쳇바퀴처럼 반복됐다.

차라리 미술이 아니라 처음부터 청소년 발달에 관심을 가졌다거나 공무원 연금이 메리트, 잘릴 걱정 없다는 장점을 염두에 두고 교사 일에 자원했다면 이 정도로 교직 생활을 힘들어하진 않았을까 싶지만,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다른 잡념은 제쳐두고 학생을 잘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제일 존경스럽고 부럽다. 현시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먼저 생각하기보단 나부터 살아야겠구나 싶다. 이미 내 세상 안에서 회의감을 느낀 순간부터 몇 년 동안, 이젠 이유를 말하는 것도 입이 아프고 내게 있어 공교육 현장은 그냥, 기피하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내가 보는 시선에서 학교는 이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회색 세계이다. 싫은 곳에서 벗어나 다른 새로운 일, 내게 더 가치 있는 일을 시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 요즘이다.


회색 지대

원래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부러워하는 법. 이제는 왜 공무원의 장점을 맘껏 누리지 못하는지 내게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이해를 구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해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다짐하기 위함이다. 당장 그 자리를 뻥차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마음이나, 남편이 항상 강조하는 ‘연착륙’을 위해 의원면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 무작정 사직을 하는 경우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나중에라도 내 선택에 절대로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다행히도 후회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교직과 그 밖에 세계의 경계에 머문다. 회색 지대에서 중립 기어를 박고 새로운 미션에 대한 고민으로 살고 있다.


새로운 고민, 딩크였던 내가 2세 계획이라니

딩크를 지향하던 내가 최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는데, 아이를 가지게 될 경우 한 차례 가치관에 변화가 생기고 그 후로 교사 일을 계속해서 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내 꿈을 잠시나마 포기하고 경제적 현실에 굴복한 모습일 수도 있다. 딩크로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와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고민은 따로 할 말이 많기 때문에 조만간 글을 쓸 예정이다.

여러 경우의 수를 따지고 미래 대비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사고해 보는 것은 내 습관이고 지금까지 잘 살아낼 수 있었던 나만의 방식이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나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몇 시간이고 토론을 벌여 우리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설령 차후 계획에 변동이 생기더라도 현재의 마인드셋을 위해서는 부부 각자가 하고 있는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그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굉장히 신중하고 하나의 일에 몰입을 잘해 곧 잘 성과를 내는 편이지만 유연성이 부족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멘탈이 한 차례 흔들리곤 한다. 반면 남편은 일을 벌이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문제해결력이 강한 편이라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다 보면 현실적인 그럴듯한 결론과 해결책을 도출해낸다.




결론은 ,

1. 호기심이 강한 내가 자녀 교육에 한 번 관심이 생긴 이상, 임신 출산 육아 경험을 하고자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미련이 남을 것이 뻔하다. 그 세계가 고난인 건 알겠으나 그걸 헤쳐나가는 것 또한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인 물 같은 내가 싫어하는 끔찍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고로 딩크족에서 벗어나 임신 계획을 세운다. 1년 안에 안 생기면 다시 딩크 해야지 뭐.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 볼 일이다.

2. 자녀를 낳게 되더라도, 내가 갖지 못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일종의 엄마 욕심에 자녀의 사교육에 모든 걸 투자하지 않는다.그 돈 있으면 어느 정도 떼서 나에게 투자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라도 내 일을 한다. 워킹맘의 어려움을 끌어안고 살 것이다.

3. 아이를 낳고 최소 1학기 만이라도 다시 일을 해보자. 그래도 정 안될 거 같으면 남편 외벌이로 생활하면서 새로운 내 일을 찾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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