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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se Apr 06. 2023

과거의 나를 만나 위로하기

그것은 기록을 통해 가능합니다


아래의 글은 2021년도 2월 5일의 글이다.

요즘 떠들썩한 AI 세상이 궁금해져 Tome, chat GPT 등을 체험해 보려고

맥북을 켜고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 우연히 메모장을 켜보니 아래의 글이 바로 첫 화면에 두둥실 떠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라는 사람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심한 거 못 참고 쉬어도 오래 맘 편히 쉬지 못하는 기질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병휴직 한 이후로 아무 잡념 없이 쉬었던 기간은 딱 1 달이면 족했다. 방학 기간도 채 안 된다.

특히 겨울 방학 때는 항상 특정 분야를 공부하느라 바빴으며 매년 한 층 한 층 성장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보이지 않는 유리벽 안에 발을 딛고 서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돌발적으로 발생되는 사건들에

관리자라는 이유로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만 늘고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 속에서

항상 유리벽 바깥쪽의 세상을 원했다.


2년 전 글이라 글 실력이 별로인 듯 아닌 듯한데

글 솜씨를 떠나, 꾸준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오늘 새삼 느끼게 됐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나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되고

내가 쓴 글임에도 굉장히 낯선 느낌을 받으며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소중한 내 자산들인 것이다.

성장 무새인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그래도 2년 전과 지금이 다른 부분이라 하면

내가 환멸을 느끼는 공간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함과 동시에 자기 확신이 조금 더 생겼고

요가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익혀가는 중이며 이제 나 스스로와 대화도 할 줄 알게 됐다.

어쩌다 한 번 선택한 인생(교사)에 매몰되어 신세 한탄만 하고 있지 않게 된 것도 큰 발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다른 것에 집중하지 않고

생산적인 것을 하려 애쓰지 않는

이런 조용한 환경이 지루하면서도

좀 더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가장 못 견디겠는 것은

tv를 보든 주식창을 보든 재테크 공부를 하든 책을 보든 스마트폰에 빠져있든 낮잠을 자든

그 어느 것 하나 재미없고 집중하기 힘든 것이다.

화요일까지만 해도 열심히 부동산 공부를 하고 내 집 장만을 위해 고민하고

겨우 서른이라는 넷플릭스 장편 드라마를 하루 종일 보면서 즐겁고 행복해했다

그러나 수요일부터는 즐겨보던 드라마 런온도 유치하기 짝이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붕 떠있는 상태였다 하루아침에,

남편이 집에 오고 나서는 좀 괜찮아지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곧 잘 지루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무기력한 나 자신이 짜증이 나서

계속 친정 집의 온기를 찾고

어떻게든 나가서 카페에 가 사회의 소속감을 느껴보려 하는 내 모습이

이제 제대로 객관적으로 파악이 된다.


원래 2월이 되면 휴식 기간이 길어지면서 곧 잘 이랬던 것 같다

그러나 매번 그랬다 해서 그걸 원래 그랬지 하며 넘기는 것은

나 자신이 나약해지는 거 아닐까.


항상 내가 생산적이고 발전적이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만 해야 한다고

그래야 빨리 성장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근데 그러한 생각으로 인해 그 이외의 것들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어지고

다른 것들에서 오는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나 자신을 놓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면 감당해야 할 돈들이 많아지는데

그러기가 싫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회의감 비슷한 감정과

무기력함은 이제 나와 뗄 수 없는 감정 패턴이 됐다

좀 더 긍정적이고 성숙한 사고를 하고 싶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결과만 따져보자.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공부해서 온 힘을 다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잡았고

운 좋게 접할 수 있었던 기회를 가볍게 잡아 좋은 학점을 바탕으로 교직이수를 따냈으며

어렵고 치욕적인 대학 생활 속에서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졸업 작품을 만들어 졸업했으며

도박하는 마음으로 임용고시 준비를 하여 1년 만에 합격을 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관외내신으로 깡시골에서 벗어나 집이랑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이동하는 데 성공했으며

(작년에도 관외내신 전출에 또 성공하여 벌써 2번째라는 것!)

지금은 좋은 남편을 만나 좋은 환경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끊임없는 부동산 공부를 통해 작지만 내 집을 장만했다.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적도 있고 운이 좋아 결과가 좋았던 적도 있었다.

하나의 미션을 완수해내고 나면 머지않아 또 다음 미션을 찾아다녔고 매진했다.

이런 나의 태도로 인해 지금까지 좋은 길로 걸어왔던 것 같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스스로 상처도 많이 받고 오히려 나약해졌으며 그 트라우마들이 모여 나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 사고방식에 의해 멘탈이 흔들렸다.


평소에는 부정적인 사건 사고들이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 일들로 인해 나는 많이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그 안 좋았던 일들을 회상하기 싫었고 회피하기에 바빴던 것이지.

책이나 tv를 보면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일련의 과정 중 작은 실패들을 여러 번 하고 살아왔기에

나 또한 그러한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의 말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단지 성공경험만 있던 게 아니라

어린 시절 상처를 자주 받았던 만큼 나름 실패의 경험도 많이 있기에

나는 앞으로 조금은 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쪽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면이 단단해지고 생각과 고민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일은 30대가 되고 나서 훨씬 많이 나아졌다.

무턱대고 앞 뒤 안 가리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경우의 수를 따지고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접근하는 모습으로 일을 처리하고 주변 사람을 대하다 보면

나는 나만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나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며

나 자신을 소중하게 추켜세울 줄도 알자.

나는 남들이 규정지을 수 없으며

스스로 규정짓고 만들어나가고 성장시킬 수 있다.

소신을 가지자

쉴 때는 맘 편히 쉬어도 된다.

일 할 때는 누구보다도 신중하고 열심히 하자.

주변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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