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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se Sep 04. 2022

잠재력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주변에는 항상 내 잠재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미술적 재능은 언제 발견됐을까?

 어릴 적 나는 굉장히 평범한 아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학업 성적은 대게 중위권이었다. 성격은 조용하고 소심해서 무리에서 소외될까 두려움이 항상 있었으며 공부보다는 동네에서 친구들을 만나 노래방 가는 걸 좋아했다. 학원에 가서도 옆 자리 앉은 남학생이 신경 쓰여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고 학교 복도에서 만나는 다른 반 남자애들을 보며 호기심을 가지기도 지나가며 예쁜 척을 하기도 했다. 꾸미는 것에는 어찌 그리 관심이 많은 지 소풍, 수학여행 갈 때마다 컨셉을 잡고 옷을 사기 바빴다. 교사가 되고 학교에서 만나는 여느 여자아이들이 하는 생각, 경험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특히 학생들) 나에게 미술은 언제부터 잘했냐고 물어본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골드런’이라는 로봇 만화가 유행했었고 언니가 특히나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골드런 만화를 보고 있으면 황금빛을 띠는 주인공 로봇이 굉장히 멋져 보였다. 황금 로봇 골드런 이미지를 보고 연습장에 똑같이 그림을 그려 학교로 가져간 적이 있다. 주변 친구들이 그 그림을 보고는 ‘너 그림 잘 그리는구나?!’ 라며 처음 칭찬을 해줬고 너도 나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게 좋았던 나는 그 칭찬에 신이 났다.(소심한 관종기는 이 때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많은 부탁을 다 들어주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어쩔 땐 종이 밑에 베껴 그려서 준 양심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 경험으로 인해 내 스스로도, 부모님도 얘는 손재주가 없진 않구나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엄마의 권유로 수채화 사생 대회를 한 번 나가서 장려상을 탔는데, 상을 받긴 받았지만 비전공자인 엄마가 보기에도 그림이 별로라며 혼났다. 그때만해도 제대로 된 수채화 표현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졌고, 스스로 봤을 때도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렸길래 내가 장려상이지 싶었다. 엄마가 오기가 생기셨는지.. 중학교 때는 엄마 손에 이끌려 동네 대형 입시 미술학원에 가게 됐다. 다른 학생들을 봐주느라 내 그림은 몇 분 봐주지도 못하는 선생님에게 서운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그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달도 안 다니고 엄마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고 그 이후로 그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미술 시간도 그리 재밌지도 않았다. 방학 때 있었던 일을 수채화로 그리는 수업은 최악이었고 냄새 나는 고무판화 작업도 싫었다. 한지공예 수납함을 만들 때도 대충대충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 말이 됐을 무렵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커지고 어느 정도 진로 방향을 결정해야 했던 때, 내 미래를 걱정을 하던 엄마는 나에게 다시 미술 학원에 가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했다. 하루종일 공부할 시간이 있음에도 어설프게 공부에 임했던 나는 그 시간에 그림이라도 더 열심히 그릴까 하여 입소문 난 작은 미술 학원을 알아보고 수강하기 시작했다. 이때만해도 내가 그림, 특히 관찰력에 엄청난 소질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 다녔던 대형 학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걱정했지만, 새로 다니게된 학원은 개개인 맞춤형으로 잘 살펴주고 지도해주셔서 나에게 아주 잘 맞았다. 원장님은 상담 첫 날 내 그림 실력을 테스트하고자 시간제한 없이 코카콜라 페트병을 그리게 시키셨다. 처음 그리는 사물이었지만 도전 정신이 생기기도 했고 어떻게든 보이는 대로만 그려내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오랜 시간 동안 병의 비례와 대칭, 글씨 모양을 신경 쓰고 플라스틱에 비치는 조명 자국들을 그려냈다. 그때 나의 집념 어린 관찰력에 감동한 원장님은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고, 그때서야 내가 그림에 진짜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그 시간부로 입시 미술에 매진했다. 좋은 선생님들과 울고 웃으며 그림 실력을 쌓아갔고 마음 맞는 학원 친구들과 점심, 저녁 도시락을 까먹고 서로를 응원하며 시간을 보낸 결과 무사히 서울권 미대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내가 그림에서 재능을 찾고 미술로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기 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스스로 몰두하거나 꾸준히 발전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친구들의 칭찬, 엄마의 권유, 학원 선생님들의 믿음과 격려 덕분에

내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내 실력에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의 재능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면
주변에서 내게 주로 해주는 칭찬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해주는 조언, 제안이나 가벼운 권유를 받아들이기도 해보고
‘에이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 라며 자신의 잠재력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 학교 상담 주간이라 우리 반 학생들 여럿과 상담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들에게 있어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될지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알 수 있다.

내가 어떻게 반 아이들을 지도하고 대해야 할지에 대해 이 글을 쓰면서 절실히 느낀다.  



어쩌면 글쓰기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교사 일에 재능을 느끼지 못하고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진 요즘이지만

다행히도 글 쓰는 일이 내게는 치유의 과정이고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그림보다도 큰 위로가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평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는 어렸을 때 내가 이렇게 선생님 일을 하고 있을 줄은 손톱만큼도 알지 못했어!”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책 하나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던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줄이야..’


 어릴 때 제대로 된 일기 하나 써본 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나서부터 수많은 걱정, 잡념, 생각들이 많아져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해 위로를 받았다.

책을 읽어도 반복되는 벅찬 걱정, 고민, 생각들에 내 뇌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

한 2년 전부터 토해내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도 힘든 순간이나 생각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책을 사고 글을 쓰고 있다.


 읽기 쉬운 글을 쓴다는 남편의 칭찬을 듣고 용기를 내서 브런치를 시도했고

혼자 보는 글이 아닌 남들에게 보이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혼자 써왔던 글들을 읽어보면 여느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 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예전과 지금의 글을 비교했을 때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꾸준히 글쓰기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감명 깊었던 주제가 있다면 기록해두고

일상에서 잡념이 들 때 그것들을 글의 소재로 승화해보는 시도를 하거나

굳이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쉽게 말하듯이 글을 쓰고

조용한 카페에 가거나 좋은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투자해 집중해서 글을 쓰다 보면

내 글도 나도 언젠가는 성숙해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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