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어
정채봉 시인님의 시이다
시인의 언어는 참 특별하다
평범한 단어들을 모아 가슴속 깊이 간직한 간절한 마음을 표출해 낸다
어머니의 마음이기도 하고, 애틋한 연인이기도 하고,
절절한 사모곡이라할지라도 이만큼 적나라한 감정을 표현해 내기는 힘들듯하다
속 마음을 들킨 듯하지만 드러난 내 마음이 싫지는 않다
슬쩍 톡 방에 옮겨 놓으면 읽는 이의 마음도 흐뭇해질 듯하다
아들은 당연히 저를 향한 어미의 마음이리라 생각하면서 콧방울이 한 번쯤 넓어질 듯하다
알고 있지만 다시 확인 받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테니
친구들 단독방에서는 저마다의 소회가 다를 듯하다
그동안 약간 소원해진듯한 친구가 연락을 해 올 수도 있을 것 같고
최근에 가장 가까이에서 마음을 주고받던 친구는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려 줄 듯하다
답글을 쓰고 싶어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일상을 보내던 친구들도 한 번쯤 미소를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엄마는 "이제 알았니?" 하는 표정을 지으시겠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경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 번 더 표현해 주면 기쁨이 배가 될 수도 있는 게 마음인 듯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며 표현에 인색하게 지내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반성도 표현일까?
요즘엔 말끝마다 반성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다
분명 나쁜 뜻은 아닌데 의기소침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반성을 하게 될까 봐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게 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안 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면 생활이 위축되기도 한다
반성은 스스로를 질책하는 하는 언어일 수도 있으니 자신에게 인색한 잣대 였던거 같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말보다 해 보겠다는 표현에 익숙하고
잘 했다는 말보다 잘 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선다
늘 부족함에 허덕이는 듯하다
내 자신을 자신있게 표현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보아야겠다
부족한 자신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야 한다
사랑이란 게 크고 거창하기만 한 건 아니다
시인도 모래알 하나에, 풀 잎 하나에 사랑을 담고 있지 않은가?
작은 존재지만 내가 없으면 세상도 끝이다
시 속에 너는 바로 나다 .
모래알처럼, 풀잎 하나처럼 작은 사랑일지라도 표현해 보려 한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움츠러들지 않고 인색해 지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