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컬스티치 Sep 07. 2021

우리는 이제 을지로에서 삽니다.

을지로, 주거 공간으로서의 가능성

노포와 공구상가, 인쇄소와 조명, 전기, 철제 가게들, 그 사이사이 좁은 골목에는 힙하고 스타일리시한 카페와 펍, 갤러리 등이 자리해 있는 을지로. 여기에 내 집 혹은 작업실이 있다면? 


을지로는 마치 해리 포터에 나오는 신기하고 재미난 동네입니다. 오랜 시간을 켜켜이 쌓아온 시간을 따라가듯, 사람들은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을지로를 찾죠. 군수용품부터 미싱 상가, 건축자재상이 모여든 제조 산업의 중심지였던 을지로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 기술자들이 상생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터전이 되었고, 현재는 신축 사무용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도 모여드는 중입니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또 구도심의 장점을 활용한 수많은 창작자들의 에너지를 품고 힙플레이스로 자리하고 있죠. 


다시세운 세운상가 © 박순애


새로운 어반 라이프스타일, 이제 을지로로 갑니다

을지로는 이제 주거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창의적인 도시 생산자들을 위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스티치가 찾아낸 새로운 기회입니다. 코리빙과 코워킹, 커뮤니티, 네트워크 등 비슷한 키워드를 전개하는 여느 모델과 로컬스티치는 조금 다른 지점에 있죠. 로컬스티치는 단순한 하드웨어 개념의 공간 제공이나 표피적인 네트워크를 일부러 만들지 않습니다. 로컬스티치의 차별점은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고 키워지는 발판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창작자들의 협업과 시너지에 더욱 주목하는 거죠. 또 이를 위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제공하는, 일종의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의 역할에 집중합니다. 

2013년, 서교동에 작은 동네 호텔로 시작한 로컬스티치는 올해 7월, 을지로의 오래된 호텔을 리모델링한 첫 번째 ‘크리에이터 타운’을 선보입니다. 그동안의 로컬스티치 지점들이 그랬듯, 이제 을지로가 우리 집과 동네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작은 커뮤니티 형태를 띠던 1호점이 그랬듯, 해당 지역이 오롯이 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그곳이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을지로라면 그 시너지는 분명 다를 겁니다. 대도시 한가운데 문화, 생산, 제조 산업의 A-Z가 집약된 곳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유무형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을지로는 더없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그런 을지로에서 로컬스티치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가능성을 결합한 새로운 플래그십 하우스가 될 예정입니다. 


구도심의 상징인 을지로 © 박순애


모두가 창작자가 되는 집, 크리에이터 타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과 팬데믹 등, 여러 요인으로 ‘서울에서 내 집 찾기’는 그야말로 모래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내가 머물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가 제대로 없다는 건 슬프지만 현실이죠. 여기에 직업과 일의 성격이 변함에 따라 주거지나 직장의 위치나 사무 환경은 모호해지고, 주거와 호텔 등 ‘머무는 공간’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습니다. 업무와 주거, 더 나아가 상업 공간도 결합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추세입니다. 그에 따라 공유 주거나 공유 오피스, 거점 오피스나 커뮤니티 공간과 같은 모델은 당분간 계속 생겨날 것입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월세나 임대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핵심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죠. 


 을지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공구상 © 박순애


을지로는 아직도 잠재력이 많습니다. 우리처럼

‘창의적 도시 생산자들의 워크&커뮤니티’로서 크리에이터 타운은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둡니다. ‘창작자’는 디자이너나 작가, 예술가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이곳은 스타트업, 스몰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오피스이자 아지트, 주거 공간이자 작업실입니다. 제조업자, 생산자부터 바리스타, 셰프, 헤어 스타일리스트, 심리상담가, 문구 디자이너, 비누 공방 운영자 등이 모이면 무슨 일이 벌여질까요? 개인 공방에서 만들던 비누를 월 1회 동네 주민과 다 같이 모여서 만들고, 그 결과물이 크리에이터 타운의 어메니티가 될 수도 있죠. 입주민들이 사용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을지로 제작자와의 협업으로 가구로 변모해 커뮤니티 공간에서 사용될 수도 있고요. 창의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 성장하고 싶은 사람, 도심 내에서 좀 더 가볍고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직장에 소속된 누군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은 사람, 모두가 창작자입니다.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은 베를린, 상하이, 홍콩, 발리, 뉴욕, 포틀랜드 등이 창작자의 연대와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지속가능한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도시 브랜딩의 발판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누구에게나 ‘가고 싶은 곳’이 되는 도시 브랜딩, 지역 브랜딩을 꿈꿉니다. 그 거점이 바로 ‘크리에이터 타운’이 될 것이고요. 



글 오상희(前 월간 디자인 수석 기자, 現 디자인·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전문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작가의 이전글 Creator X Projec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