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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스티치 Sep 09. 2021

크리에이터 타운을 만드는 사람들 1

다양성과 동질감. 


분야는 다르지만 로컬스티치에 모인 사람들은 한결 같은 결이 있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거나 혹은 해보고 싶은 일이 있거나,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으며, 무엇보다 ‘함께’하는 데에서 나오는 시너지를 믿는다는 것.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에서 만난 공간개발팀과 브랜드팀 스태프들 역시 그랬다. 그리고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힘들지만(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으므로) 재미있게, 함께 만들어낸 크리에이터 타운 곳곳에 그들의 생각과 에너지가 담겼다.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에서 오며가며 만나게 될 이들 각자가 곧 크리에이터 타운의 아이덴티티 같았다.



공간개발팀

로컬스티치 내에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부터 디자이너, 셰프, 바리스타, 에디터까지, 내부의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만들어 놓은 판에 외부의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집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창작자의, 창작자에 의한, 창작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핵심은 ‘이 곳을 채우는 크리에이터’들과 ‘그들이 만들내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고 무한한, 역동적이며 도전적인 그들이 곧 우리의 정체성이며 공간 하나하나는 그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디렉터 장태훈, 디자이너 안세종, 매니저 김솔비


크리에이터 타운의 공간개발팀. (왼쪽부터) 김솔비 매니저, 장태훈 디렉터, 안세종 디자이너.


기존의 로컬스티치와 크리에이터 타운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김솔비 :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규모겠죠?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은 객실 수로 따지면 기존 로컬스티치 지점의 3~6배 규모 정도 되겠네요. 기존 로컬스티치 지점들은 도시생산자들이 먹고, 마시고, 일하고,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과 서비스를 고민하는 공간이었어요. 다시 말해  기존 지점은 규모에 따라 코워킹, 코리빙, F&B, 문화생활 등의 카테고리 중 1~2가지씩 실험하며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죠. 그에 비해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는 규모가 커진 만큼 이 모든 것들을 한 지점 내에서 경계없이 유연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거죠. 도시생산자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며 창의적인 셀프고용자가 될 수 있도록 풀패키지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공간입니다. 


18층 라운지에서 만난 김솔비 매니저


안세종 :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은 전체 건물을 하나의 타운으로 보고, 층별 공간이 하나의 마을처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층마다 개성 있는 무드를 갖고 있지만 컬러나 가구의 포인트, 또는 사소한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어 사용자로 하여금 건물이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복층의 집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느 곳은 거실, 어느 곳은 방과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안세종 디자이너


호텔’이라는 기존의 공간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기획의 우선 순위를 무엇에 두어야 햘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고요. 

김솔비 : 첫인상은 정말 호텔 그 자체였어요. ‘와~호텔이다’라고 외칠 정도로요. 일단 우선 순위는 생활 필수 시설이었어요. 집이라면 음식도 해먹을 수 있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는데 호텔 객실에는 주방, 세탁기가 없잖아요. 공용 키친, 세탁실 등 생활 필수 시설을 가장 먼저 배치하고 그 다음 식당, 카페, 필라테스 등 생활 편의 시설을 배치했어요. 무엇보다 공용공간으로 리뉴얼할 만한 장소가 넓지 않아 걱정이 많았어요. 넓지 않은 공용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각 공간의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예를 들면 식당, 카페, 심지어 공용 키친에서 노트북 작업을 해도 이상하지 않게끔 말이죠. 또 건물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엘레베이터 홀, 각 층 복도까지 멤버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마주치는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 의자, 벤치 등도 곳곳에 두었고요. 내 방만 내 집이 아니라 ‘건물 전체가 내 집이고, 복도가 거실’이 되는거죠.



안세종 :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 건물의 전신인 ‘치선호텔’은 아주 오래된, 그렇다고 아예 세련된 건물도 아닌 애매한 지점이 있었어요.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의 레이아웃, 마감재도 그랬고요. 그래서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건물의 외관과 내부가 반전이 있는 곳’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기존에 낮은 천장이 있던 2층은 천장을 과감히 털어 층고를 높이 냈고(설비 정리하는데 정말 힘들었지만), 칙칙했던 지하는 아늑한 아지트 무드를 주기 위해 컬러나 조도 세팅에 좀 더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세세한 디자인 포인트들이 있어요. 공간 내부로 들어왔을 때 ‘어? 이런 공간이 있었네?’ 라는 반전의 느낌을 주고자 했죠. 



장태훈: 저는 제로랩 대표로 가구 협업을 하다가 디렉터로 조금 뒤늦게 합류한 케이스에요. 제가 무엇보다 가장 많이 고민한 공간은 객실이었어요. 처음의 생각은 호텔의 뉘앙스를 살릴까, 없앨까 였는데 막상 철거해보니 내부는 화장실 하나가 달린 네모 반듯한 공간이더라고요. 앞으로 이곳은 코리빙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기에 기존 호텔의 기능과 공간적 의미가 중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고 오히려 어떻게 이 공간을 개인의 주거지로서 최적화할 수 있을지에 더 초점을 맞췄죠. 방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기에 입주하는 멤버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입주자의 자유 의지는 공간에 대한 애착과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니까요.


장태훈 디렉터. 한창 정돈 중인 객실에서 만났다.


객실은 특히 선반이나 책꽂이 등으로 벽을 자유롭게 레이아웃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장태훈 :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의 가구 디자인은 사용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보통 집(전세나 월세의 경우)에서 벽에 못을 박으려고 할 때 ‘못을 박아도 되나?’하는 고민을 하잖아요? 판타지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고민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용자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죠. 단순히 선반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수준이 아니라 꾸미고 붙이고 옮기면서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게 변형 가능한 가구(or 벽)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오히려 수납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내 공간에 애착을 가지려면 어떤 부분이 충족되어야 할까, 사용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등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수납은 덜어내면서 벽을 충분히 내어주는 방향을 택한 거죠. 스태프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4가지 타입의 객실 유형을 통해 한층 더 다양한 옵션을 두었고요. 책상과 침대의 위치, 벽면 집기들의 종류 등을 활용하여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로랩 대표 장태훈이자 크리에이터 타운의 디렉터로 또 하나의 역할이 생긴 거네요? 

장태훈 : 크리에이터 타운과는 단순히 파트너로서의 협업 개념보다는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요. 제로랩도 10년을 이끌어오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로컬스티치가 새로운 일의 방식을 제안한 것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시너지를 내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인거죠. 기존의 조직이나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창작자’, ‘협업자’ 중심의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어디인가요?

안세종 : 모든 구석구석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지만, 아무래도 크리에이터 타운을 방문한 손님들을 맞이하는 18층이요. 공간 베이스는 호텔 라운지처럼 살짝 무게감을 주고, 조명이나 제작 가구의 컬러 유리 등으로 로컬스티치가 가진 통통 튀는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들어오자마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빅테이블 가구는 보기에는 다소(?)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해가 질 때 앉아서 간단한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북한산 뷰를 보기에 너무 좋은 자리이고요. 


안세종 디자이너의 작업 모습


18층 라운지는 크리에이터 타운이 어떤 곳인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김솔비 : 18층은 멤버 전용 공간만은 아니에요. 누구나 방문할 수 있죠. 이전에는 기능을 구분하면서 운영했다면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의 18층 라운지는 모든 서비스를 섞은 플래그십 스토어로 기능하도록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프론트 겸 멤버·비멤버를 위한 라운지, 또 조식이 가능한 카페테리아이기도 하고요. 1층 카페가 ‘가벼운 환영’의 느낌이라면 18층 라운지는 ‘온전한 환대’의 느낌일 것 같아요. 


김솔비 디자이너의 노트


디자인이나 기획 측면에서 끝까지 고민한 곳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솔비 : 저는 공용키친이요. 저는 주로 소공점이나 약수점 등 주로 코워킹을 메인으로 하는 지점 운영을 맡아왔던 터라 코리빙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어요. 그래서 코리빙 지점을 담당하는 매니저님들께 자문을 구해가며 고민했습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에 입주할 120여명 중 요리를 직접 해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동시에 몇 명 정도 수용 가능해야 할까?’, ‘냉장고는 몇 대를 놓아야할까?’ 등 모든 것을 새롭게 고민해야 했죠. ‘이 정도면 될까?’, ‘부족하진 않을까?’를 아직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간개발팀, 디자이너분들과 함께 이동식 조리대, 트롤리 등을 배치해 자유로운 확장 및 레이아웃 변경이 가능하도록 구성했습니다. 


18층 라운지 한 켠에 쌓인 의자 / 줄자는 (노란색) 안세종 디자이너, (검정색) 김솔비 매니저, (회색) 장태훈 디렉터의 것. 계측기는 장태훈 디렉터 소장품


안세종 : 외부 공간 디자인을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엄두가 안나는 건물 외관을 전부 바꾸기에는 시공적, 시간적으로도 제한이 많았고 일단 너무나도 큰 공사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존에 있는 건물의 외관과 마감재들을 유지하며 시각적으로 정리된 느낌을 주려고 화이트톤의 구조물로 기둥을 일부 가렸습니다. 구조적으로 뭔가를 꽉 채우려는 욕심은결국 부담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포스터나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 구조물들이 채워지길 의도했어요. 또 기존의 바닥을 놀이터처럼 바꿔보고 싶었어요. 건물 앞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쉬어갈 수 있도록이요.




글 오상희(前 월간 디자인 수석 기자, 現 디자인·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전문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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