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가 부른 ‘밤양갱’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믿고 듣는 비비의 매력적인 음색, 기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연출, 거기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까지. 한두 번만 들어도 마치 세뇌라도 당한 듯이 따라 부르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장기하가 만든 노래라는 것이다. 그가 만든 노래들은 예스러움과 새로움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보여 주곤 했다. 그래서 들으면 들을수록 촌스럽기는커녕 레트로 하게 다가오고, 참신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힙함으로 장기하만의 독창성을 뿜어낸다.
그래서일까. 그가 쓴 노랫말들이 귀에 쏙쏙 박히다 못해 가슴팍에 날아와 확 꽂힐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데뷔곡 ‘싸구려 커피’를 처음 들었을 때 그랬다. 꽤 오래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수중에 돈도 몇 푼 없어서 날마다 흑역사를 갱신하고 있던 때였다. 그 노래의 가사들은 그냥 나의 이야기 자체였다.
음악적으로도 강점이 있겠지만, 장기하의 노래의 가장 큰 힘은 가사에 있지 않나 싶다. 그의 가사는 청춘들에게는 공감을, 청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선사한다. 노래를 하는 건지, 하고 싶은 말을 중얼거리는 건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시대의 감성과 정서를 꾹 눌러 담아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가사를 곱씹어 보게 된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가요계의 음유시인이라는 표현이 정말이지 딱 맞다. 특히나 이번 노래 밤양갱은 유독 문학적인 감성이 두드러진다.
군더더기 없이 적은 분량의 가사로 전개되면서, 같거나 비슷한 단어의 반복이 계속된다. ‘달디달고 달디 단’과 ‘밤양갱’이라는 단어의 울림소리는 운율감을 한층 더해준다. 여기에 왈츠 멜로디가 받쳐주니 그 효과는 극대화되고 있다.
밤양갱이 달콤한 간식이기는 하지만, 초콜릿이나 사탕에 비해서 주목받거나 인기 있는 먹거리는 아니다. 양갱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게 아닌 이상 사랑하는 남녀가 나눠 먹기에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다. 연인들의 사랑과 추억을 담기에는 아무래도 초콜릿이나 사탕이 더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그래서 밤양갱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왜 하필 밤양갱일까? 장기하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밤양갱을 선택한 것이야말로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밤양갱은 익숙하고 흔한 간식이지만, 이별 노래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는 낯설기 때문이다.
팬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밤양갱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곡 소개에서 장기하 본인이 밝혀둔 내용이 있지만, 듣는 우리로 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었다. 작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눴기에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것’ 말이다.
달디 단 밤양갱을 외치지만, 결국 이별을 노래하는 곡이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 때문에 다투고 헤어지게 되는 것이 인생사다. 꼭 연인관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럴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작지만 소중한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우리는 상처만 남기고 돌아설 때가 많다.
사랑과 이별을 오가는 우리 인생은 달콤하지만은 않다. 원치 않는 이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 낙심하는 것이 바로 우리니까. 그래도 괜찮다. 어쩌면 밤양갱은 그런 때를 대비해 꺼내 먹으라고 주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장기하의 노래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서 좋다. 사람 때문이든, 사랑 때문이든 지쳐 있다면 이 노래를 권한다. 당 떨어질 때마다 들어보시라. 장기하의 매력이 듬뿍 담긴 ‘기하’ 학적인 노래 ‘밤양갱’을.
https://youtu.be/Jiq3uyqKYj8?si=71mEMXBqPng3-cB-
*사진출처: 유튜브 검색 "밤양갱 뮤직비디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