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토요일 탄핵 표결이 부결되고 말았다. 애초에 국힘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부결하기로 마음먹었고 당론으로 채택했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마지막까지 한 줌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결코 버릴 수 없었다.
너무나 참혹한 하루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모여 투표 결과를 기다렸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런 국민들의 염원과 의지를 참혹하게 몰살해 버렸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 이후 국힘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힘당의 힘이 필요했다.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으면 투표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국힘당 의원들이 적어도 자리는 채워줬어야 했다. 국민들의 투표로 그 자리에 가게 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포기해 버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텅 비어있는 여당 의원들의 자리를 보며 다만 얼마라도 돌아와 자리에 착석에 주기를 원하는 바람을 담아 몇몇 야당 의원들은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다니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의 박찬대 의원은 국힘당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크게 목놓아 외쳤다.
국회 밖에 모인 국민들 역시 간절히 부르짖었다. 하지만 끝내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세 명의 의원만이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그들은 박수를 받았다. 그 뒤로 더 이상의 국힘당 의원들을 볼 수 없었고, 우리 모두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200명을 채우지 못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투표는 불성립되고 말았다.
안철수, 김예지 의원은 탄핵 찬성표를 김상욱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찬반을 떠나서 용기를 내준 세 명의 의원을 국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용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국힘당은 의도적으로 이 사태를 노리고 작전을 짠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가 퇴장하는 카드를 꺼낸 이유는 행여나 참석했을 때 나올 이탈표가 두려워서였을 테다. 무기명 투표 형식이어서 배신자를 찾기도 어려웠을 테니 그 방법이 그들에게는 가장 최선이었으리라. 의원 개인의 의사조차 당론을 앞세워 묵살하고 전체 의견을 강제로 통합해 버리는 그들을 과연 민주적인 국회의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의 비겁한 행동은 모두 생중계되었다. 이제부터 국민들의 분노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그를 살리기 위해 표결에 불참한 국힘당 의원들에게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힘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실드를 쳐줄 수 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계엄령으로 헌법을 파괴하고 온갖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은 당신들의 걸음을 이제는 국민들이 막아설 것이다.
새삼 당신들의 당명에 대해 묻고 싶어 진다. ‘국민의 힘’ 당신들은 진정 국민에게 힘이 되려는 자들이 맞는가? 이름값도 하지 못하는 당명부터 바꾸시라. 지키고 힘을 보태고 싶은 대상은 그저 아직 살아있는 권력,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줄 세력이지 않은가. 어떻게 계엄령을 선포한 자를 두둔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화면에 보이는 국회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편이 텅 비었다. 비어있는 좌석을 보며 대한민국 안에 스스로를 우파라 칭하는 보수 정치인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한 그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만 할 것이다. 국민이 마련해 준 제 자리 하나 지키지 않은 당신들을 우리 역시 더 이상은 지켜주지 않을 생각이다.
당신들이 속한 당의 이름은 치욕스럽고 부끄럽다. 자기 자리 하나 지켜내지 않은 국힘당 의원들이여. 당신들은 과연 2024년의 국회의원들이 맞는가? 어떻게 국회를 욕보인 대통령에 대해 아무리 같은 당이라도 두둔할 수 있는가?
국힘당은 ‘국민의 힘’이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 힘이 되기는커녕 국민에게 해가 되는 당신들, 이번에 한 행동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역사책에 기록될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민의를 저버린 당신들을 용서하기가 어렵다.
전혀 와닿지 않는 ‘국민의 힘’이라는 당명을 이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대신 투표에 불참한 105인의 국힘당 의원들. 당신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가슴에 깊이 새길 것이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 국민들은 105인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하려 한다.
이번 주에 다시 탄핵 표결 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해주고 싶다.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당신들 역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부디 비겁하게 퇴장하는 꼼수 말고 당당하게 표결에 참여해 국회의원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를 이행해 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어리석게 동일한 선택을 하게 된다면 상상도 못 할 참혹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부디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있기를. 계엄령이 떨어졌던 그날 밤, 군홧발에 국회가 더럽혀졌다. 다음 표결 시 또다시 퇴장한다면 그건 당신들 스스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둣발로 짓밟는 행동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말기를 바란다.
계염령이 선포되었던 그 밤 이후로, 늦게까지 뉴스를 보다가 잠들곤 한다. 새벽에도 중간에 불안해서 깰 때가 많다. 잠결에 혹시 속보가 떴는지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많은 국민들이 나와 같으리라 짐작된다.
대통령과 그의 부역자들이 한 행동으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무섭고 불안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당신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고, 공익이 아닌 사익을 지키는 데 더 진심인 당신들에게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예측되지 않는 위험한 인물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감에 휩싸여 우리의 일상은 점점 더 무너져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사태는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우리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가 당신들의 이름과 당의 이름을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여길 수 있도록 말이다.
국민들의 기억 속에 그리고 먼 훗날 후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대통령은 오직 국민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의 원수(元首)여야 한다. 그런데 계속 이런 식으로 국익을 무시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또다시 서슴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원수(怨讐)가 되는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거듭 고한다. 당신들이 감싸고 있는 대통령이 국가를 망가뜨리고 국민들을 절망과 고통에 빠뜨린 시대의 원수(怨讐)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면 돌아오는 탄핵 심판의 자리를 꼭 지켜주길 부탁드린다.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그것뿐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