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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년 Jun 02. 2022

허세 인플레이션

뼈 맞은 날의 기록

분명 불편한 사람도 있을 거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만

나는 정말 극 공감하는 내용이라 두서없는 글을 남겨본다. 정말 정신 없는 글이니 주의 요망..

사실 블로그에 올리려던 글인데 아무래도 지인들이 보면 본인 이야기로 생각할까봐 이곳에 쓰게 됐다.



최근 유투버 부읽남의 허세 인플레이션 관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요즘 핫한 사회현상을 한 단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내 주변에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요가쌤들 할 것 없이 반 이상이 골프를 시작한 게 신기했음.

아무리 요새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내 머릿속 이미지는 그래도 비싼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돈 많이 버나 보지~

그것도 스포츠니까 배우는 거지~

골프 쳐서 혹시 몸이 많이 틀어지면 내가 요가 수업으로 고쳐야지~(너무 갔나)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한편으론 뭔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이상한걸 바로 이상하다고 말하면

요즘은 피곤하고 부정적인 사람 취급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아무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있다.



영상 보면 연봉 1.5억 이하인 사람은 골프 치지 말라고 한다.

보다 보니 남편이 왜 그렇게 골프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는지 알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우리 같이 골프 배워볼까 제안한 적이 있는데 평소에 순둥순둥한 남편이 나는 골프 정말 싫어! 딱히 운동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낭비인  같아! 하고 싶으면 너는 해도 . 근데 나는 지금은   거야.라고 너무 단호하게 거절해서 놀랐다. 그땐  이렇게까지 싫어하나 싶어서 당황스럽기만 했다.

영상 보니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반응을 보인 건지 이해가 된다.




나는 내 남편이 동갑이라도 몰래 존경하고 있고 항상 좋은 이유가, 일단 허세가 0이고 내가 가끔 인스타 보는 것도 안 좋아하며 본인 스스로도 물질적인 것을 자랑하는 것은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좀 이상한 포인트이긴 한데, 남편이 취업 후 첫 차로 경차를 샀다. 근데 그 모습이 나름 플러스 요인이었다. 모닝은 이제 와서 보니 좀 위험한 선택이다만(창문 열고 속도 120 넘어가면 도로에서 퐁당퐁당 날아다닌다)

아무튼 그땐 취업하자마자 벤츠를 질러버리는 애들보다 훨씬 정상인으로 보였다.

그거 미래에 다 누가 감당할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도 인스타에 자랑하는 사람들 싫다는 것이다. 그냥 어우~보기 싫어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실망을 해버린다.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느낌으로.


근데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건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듯하다. 넌 주변 사람들이 다 불행하길 바라? 소중한 사람이 행복해하는 게 왜 보기 싫어? 그거 질투나 자격지심 아님??? 이라고만 생각하면.. 할 말이 없다.


행복이 언제부터 명품이고 비싼 차인 걸까? 만약에 그걸 행복의 척도로 두는 거라면 그런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되는 법이다.


물론 나도 한때 명품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내 기준으로 그 가죽과 그 디자인에 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말이 안 됐는데, 결국 하나를 사버렸다.

그런데 몇 개월 후엔 와.. 진짜 부질없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한 번의 구매 후 현타가 와서 그다음부터 자연스럽게 그 욕구가 사그라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인스타에 자랑을 안 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자랑에도 종류가 있다. 모든 자랑이 다 싫은 것이 아니다. 그중에 내가 특히 싫어하는 종류의 자랑이 있을 뿐.

인스타는 원래 자랑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누가 거기서 우는 소리 하겠나. 그저 자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의견이 갈릴 텐데, 내 인스타에 내가 맘대로 자랑하는 게 뭐가 죄야?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절대 죄가 아니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사람은 안 바뀐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다 보면 주변에 비슷한 사람이 모일 거라고 생각한다. 안 맞는 사람은 알아서 멀어질 것이고.



그럼 어떤 자랑은 안 괜찮고, 어떤 자랑은 괜찮은가?

프라다 이펙트 라는걸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충 적어보자면,

사람들은 뭔가를 자랑할 때 그냥 내 능력이 좋아서, 혹은 내가 잘 나서 아주 쉽게 이것을 얻은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타인은 그걸 보면 오히려 반감을 가진다는 것.


대신에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지만, 내가 이것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이런 과정을 거쳤고 블라블라.. 결론적으로 어렵게 이것이 내 것이 되었다! 하며 평범한 사람임을 드러내면 아무도 불쾌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 자랑하는 것도 방법이 있다니! 참 피곤한 세상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생각해보니 영상 하나하나 다 맞는 말 아닌가!

왜 탁구나 배드민턴 치는 건 인스타에 자랑 안 할까?

진짜 한 번도 본 적 없는 듯.  



보면서 한편으론 골프 재미있어서 치는 사람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바로 영상으로 반박당했다. 내 머릿속을 꿰뚫고 있나 싶어서 소름 돋았다.

요즘 2,30대 뼈 때리려고 작정하고 만드셨나 보다.



물론 내 지인들도 요새 치는 사람 많고 정말 배우고 싶어서, 하다 보니 재밌어서 그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언젠가 나이 들면 골프는 배워봐야지 라는 생각은 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영상의 요지는 골프가 아니라는 것이지



외제차든 골프든 파인 다이닝이든.. 뭐든 간에 인스타가 없다면 수요가 이만큼 폭발했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본다.

솔직히 살아만 있어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은 현대인들이 가끔 본인이 번 돈으로 그렇게 소비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


하지만 나는 능력이 안되는데, 앞날 걱정도 많이 되지만

남들 하니까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도 잘 사는 척하고 싶어서, 사진과 스토리 몇 개 올리려고 억지로 휩쓸려하는 게 문제라는 것.


과시는 결핍

다행히도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은 없는데(없었으면 좋겠는데) 적어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누릴 거 다 누리면서, 나중에 나만 뭐 못해 뭐 없어 이런 식으로 징징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런 징징대는 소리 들으면, 속으로는 ‘아니 네가 소비를 줄여..’ ‘그럴 거면 직업을 바꿔..’ ‘사고 싶은걸 좀 안 사고 투잡 쓰리잡을 뛰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소심해서 말은 못 하고 또 영혼 없는 맞장구만 쳐주고 있겠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맞다면 그걸 하면 된다.

자랑을 하고 싶으면 자랑을 하면 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무시하자


그리고 자랑은 하고 싶은데 죽어도 욕먹기는 싫다면, 자랑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면 된다. 서로 우와~ 해주면서 하트 뿅뿅 칭찬으로 훈훈할 것이다.

그래서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는 것 아닐까

결국에는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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