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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Jul 24. 2023

거장의 시선은 정말 사람이었을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전시 후기

#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그때는 단순한 시대였을까. 우리는 과거의 시대란 당연 현재보다 단순했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단순한 것은 화폐의 유통과 소식의 방법, 이 두 가지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외 모든 것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생각과 신의 영역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색과 논쟁과 복잡다단한 이론과 사상이 있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사상의 시대였으니까.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화가들의 작품, 또는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 위대한 예술가였음을 인정받은 화가들의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주제는 “사람”이다. 신을 나타내던, 신의 대리 격인 자연에 집중하던 그림이 사람을 주목하여 그리던 시대의 작품들이다. 렘브란트, 모네, 반 고흐, 모네, 카라바조 등 위대한 화가들의 이름이 전시소개 첫 줄부터 나열되어 있다. 솔직히, 이 이름들만으로도 전시 후기를 쓸 이유가 사라진다. 극찬과 경외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흥미로웠던 것은, 주제는 “사람을 향하다.”인데 나는 신을 본 기분이었다. 거장의 실력으로 그려낸 순간을 담아낸 눈빛, 입술 속의 미묘한 감정, 순간을 살아내는 혹은 견뎌내는 코의 호흡, 숱한 말들을 감당하고 또 흘려내는 귀, 애절한 때론 대담한 손. 모두가 신의 이야기였다. 삶 속에 갇힌 사람이 순간을 살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신의 시선이 느껴졌다. 도대체 신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는 사상의 시대에서 현재의 복잡함과는 어나더 클래스의 얽힌 생각과 사색으로 가득 찬 사람들. 그것을 그려낸 화가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 아니었을까. 그림 속 인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이 살아가고 있는, ‘이 그림을 보는 너희도 역시 이 작품 속 고뇌와 고통과 기쁨을 그대로 겪어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묻는 듯한.


요새 작업하는 그림은 “표정들”이다. [moment] 시리즈라고 나름 정하여 작업하고 있다. 순간의 기분, 감정, 사건들이 결국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쩌면 크고 대단한 일들이 우리 삶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찰나의 기분이, 말이, 짧은 생각이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작한 작업이다. 우리의 시선은 결국 우리에게로 향하게 되어있으니까. 시대의 흐름, 사상의 진위, 논쟁의 각기 다른 모두의 주장과 생각이 결국 순간[moment]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니까.



#브런치#전시#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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