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주식거래를 한참 할 때는, 매일 유명 주식사이트 게시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렸다.
행여나 호재나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들렀지만, 간혹 그런 정보가 있었을 뿐,
얻을 만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게시판에는 걸러지지도, 걸러서 말할 생각조차 없는
인간 밑바닥의 탐욕이다 못해 원초적인 욕심이 묻어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원초적이어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쓴 듯한 글이 많아, 성인들만 드나드는 게시판에 웬일일까 싶었다.
하지만, 관력종목에 대한 기업 정보, 경제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쓸 수 없는 글이 초등학생의
필력 수준에서 쓰인 것을 보면, 성인이 쓴 게 맞기는 했다. 주식하면, 사람이 이렇게
유치해지나 의아한 생각이 참 많이 들었었다.
성인사이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일본 av배우가 성형한 작품이 나오면,
이년 저년 하면서 상스러운 말로 욕이 도배되고, 그게 못마땅한 이들은 '등신, 병신'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욕을 주고받는다. 젊은 친구들이 치매에 걸려
정신줄을 놓은 정도가 아니라 저 멀리 내팽개치고 찾을 생각 없이 생각나는 데로
마구 지껄인다. 여기는 유치한 수준이 아니라, 맹수들이 아우성치는 곳 같다.
주식사이트는 돈에 대한 탐욕이, 성인사이트는 성욕이 지배하며, 익명 뒤에서
자신의 감정에 함몰되어 걸러지지 않는 감정이 상스럽게 표출된다. 이곳에서는
이성적인 모습을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말을 하면 성인사이트에서
점잖떤다고 또 욕을 한다.
감정에만 충실한 말들은 성인도 초등학생으로 여길 만큼 유아적으로 보이게 한다.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기에 비교적 많은 정보를 갖고, 가끔은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말하는 수준은 유아적이고, 상스럽지만, 상대를 공격하는
방법은 치명적이다. 말싸움이 종종 아찔할 정도로 위험해지는 이유이다.
인간은 이성이 있고, 가면을(페르소나) 쓰고 살기에 의견이 안 맞거나, 충돌이
발생할 것 같으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완충지점을 찾으려 한다.
그게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이다. 그것을 벗어던진 순간, 순식간에 나를
지옥으로 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식, 성인사이트 못지않게 걸러지지 않은 감정이 넘쳐 나는 곳이 정치게시판이다.
그 정도가 사실 주식, 성인사이트 보다 훨씬 심하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성인사이트에서는 정치 관련 글을 금지한다. 그 규정 모르고 가볍게 한 마디 적으면,
사전 경고 없이 쫓겨난다. 정치 관련 글을 허용해 두면, 대책 없이 사이트 전체를
집어삼키고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관련 글이 뜨거운 것은 정치라는 게, 애초에 생존에 관련된 결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가 늘어나 대리인을 통해서 할 뿐, 정치적 결정은 사실 내 생활,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된 결정이기 때문이다.
탄핵이슈로 인해 정치게시판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뜨거워지고, 험한 말이 오고 간다.
감정적으로 마음에 안 들고, 불만이 있어도 예의를 갖추고 말을 해야 할 때다.
나 자신의 감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은 순간, 유아적이거나 심지어 동물과 같은
원초적 감정에 스스로 빠져들게 만들어, 이성이 마비될 수 있다.
걸러지지 않은 원초적인 감정을 표출했을 때, 반응도 거칠 수밖에 없고, 상처만
남을 수밖에 없다.
격변의 시기일수록 차분하게 바라보고, 마음을 다 잡는 게 중요하다.
이성적인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