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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May 18. 2024

평화를 꿈꾸며 : 송하문동자 챌린지

가도(賈島)의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함)> 마지막 시간, 장득만의 <송하문동자도>를 TV에 띄웠습니다.
"지난 시간에 옛날에는 '송하문동자(松下問童子 :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가 밈*이었다고 했지요. 전쟁 나면 산 속에 친구 만나러 갈 수 있어요?"
"없어요."
"산에 살며 평화롭게 약초 캐러 갈 수 있어요?"
"없어요."

"역사 시간에 배운 것처럼 옛날 중국에는 전쟁이 많았어요. 우리 나라도 임진왜란, 병자호란처럼 큰 전쟁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송하문동자' 검색하면 그림과 서예 작품이 매우 많이 나와요. 옛날 중국, 우리 나라 사람들이 '송하문동자 챌린지*' 하듯 짧은 글을 붓글씨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 건, 전쟁 없는 세상에서 약초 캐는 스승님처럼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TV에 사진 하나를 더 띄웠습니다.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사진이에요. 보스니아 내전 때 아이들이 갖고 있던 물건이 우리 나라까지 왔어요. 아는 선생님 SNS에서 보고 허락받고 가져왔습니다."
ㅇㅇ이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요?"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하트 모양 막대사탕 사진을 확대해서 보여 주었습니다.
"전쟁 때는 사탕 구하기 힘들죠. 이 사탕은 전쟁 때 아빠가 어렵게 구해 아주 가끔 하나씩 주시던 막대사탕입니다. 아빠는 출근길에 돌아가셨고, 아이는 아빠의 유품인 사탕을 차마 못 먹고 30년째 가지고 있었어요."
학생들이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이번에는 눈사람 양초 사진을 띄웠습니다.
"전쟁 나서 전기 끊기면 불 켜는 것, 스마트폰 충전해서 쓰는 것 다 힘들어요. 보스니아에도 전기가 끊기니 밤에 양초를 썼는데, 양초 구하기도 쉽지 않아 아껴 써야 했어요. 그런데도 선물받은 이 양초는 차마 불을 못 붙이고 인형처럼 갖고 놀았답니다. <레 미제라블> 보셨어요? 코제트가 여관 주인에게 아동학대당하면서 자랄 때 인형이 없어 구리칼에 헝겊 감아 인형처럼 갖고 놀잖아요. 나중에 장 발장이 코제트에게 아주 큰 인형을 사 주죠."
"아~"

"전쟁 나면 여자도 잡혀 가요?"
"군대 가서 힘든 일 하거나 성폭력 같은 일을 겪을 수 있어요."
"남자는 어른만 군대 가요?"
"6.25 때는 중학생도 끌려갔어요."
"역사 시간에 수나라 배웠죠. 고구려와 살수대첩 때 수나라 군인 113만 명이 죽었어요. 그 사람들 중 전쟁 나오고 싶어서 나온 사람은 거의 없겠죠. 113만 명이면 유가족이 얼마예요. 그렇다고 수나라가 쳐들어올 때 안 싸우면 고구려가 중국에 먹혔을 거고. 전쟁은 안 하면 가장 좋고, 꼭 해야 한다면 짧게 끝낼수록 좋아요."

* 밈(meme) : 문화적 행동이나 지식을 복제하여 전달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SNS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유행어, 그림, 사진, 영상 등 2차 창작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 챌린지(challenge) : 원래 뜻은 '도전'이지만 2000년대 들어 '어떤 행동을 영상으로 인증하여 그 행동을 유행시키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다음에 할 사람을 지목하는 경우, '마라탕후루 챌린지'처럼 다음 사람을 지목하지 않아도 유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윗글에서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송하문동자 챌린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조선 영조 때 장득만의 <송하문동자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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