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확보하는 시간의 소중함
나는 오늘도 시간과 함께 달리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의 하루는 경주처럼 시작된다. 이 경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그 순간부터 나는 시간을 제압하는 멀티태스킹의 여왕이 된다.
먼저, 나의 하루 시작의 첫 단추인 등원과 출근 전쟁을 마쳐야 한다. 남편의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를 배웅하고, 문이 닫히는 순간, 나 혼자만의 미션이 시작된다. 이건 마치 비밀 요원의 작전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긴장감이 흐른다.
침실부터 시작이다. 이불을 정리하고, 지난밤 읽어준 동화책을 제자리에 놓는다. 어지럽혀진 화장실 세면대에 있는 칫솔과 양치컵도 제자리에 놓아둔다. "컴플릿!" 침실 문을 닫으며 뿌듯함이 밀려온다. 마치 작은 전투에서 승리한 기분이다.
이제 아침의 폭풍이 지나간 주방으로 들어간다. 불과 3분 전, 우리 가족이 테이블에 앉아 “빨리 먹어!”, “늦었어!”하며 급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 그때의 혼잡함은 사라지고, 식탁 위를 정리하며 또 하나의 미션을 완수한다. "미션 컴플릿!" 이제 마지막으로 출근 전 내가 성공해야 할 임무는 퇴근 후 집에 와서 빠르게 저녁을 차릴 수 있도록 반찬거리나 음식들을 냉장고 앞쪽 칸으로 옮겨 놓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불과 15분 안에 일어난다.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출근길에 나선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고 노래를 킨다. 로제의 "아파트"를 신나게 따라 부르며 출근을 한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인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다.
출근 후, 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성실한 직장인으로서 업무에 집중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엉켜 있다. 아이와 관련된 일, 회사 일, 내 개인적인 일들이 뒤엉켜 있으며, 그중 하나가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면 나는 그것에 사로잡히곤 한다. 마치 생각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오는데, 그 안에서 내가 헤엄치며 살아남아야 한다.
“마음이란, 세상이 나에게 던지는 던전 속에서 길을 찾는 탐험가와 같다.”
필사적으로 확보하는 점심시간.
30분에서 1시간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독서나 글쓰기, 집중이 필요한 작업을 하며, 이 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먹는다. 이 시간을 지나면, 피곤할 법도 한 오후의 업무가 새롭게 느껴지고, 하루는 조금 더 윤택해진다.
퇴근 후 하원, 저녁시간.
나의 본업인 엄마로서 온전한 역할을 빛낼 시간이다. 업무나 나 자신을 떠나 오로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다. 이때 나는 마치 내게 주어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모든 집중을 기울인다.
"엄마란, 사랑을 주는 은하수와도 같다. 그 사랑은 다채롭고 깊어서 끝이 없다."
육퇴 후, 고요한 밤이 찾아온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다. 고요한 상태에서 단지 밤을 즐길 뿐이다. 주방 한편을 꽉 채운 다이닝 테이블 한 구석, 나만의 작은 공간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가계부를 기록하거나, 글을 끄적이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확보한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오늘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그 순간, 오늘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더욱 선명해진다.
이 시간에는 하루 동안의 모든 일이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농도가 짙어진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시간에는, 시간을 그냥 흘러가도록 둔다.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오늘 하루가 지나가도록 느끼며, 나는 그 시간을 조금 더 아쉬워한다.
오늘 하루 나는 어땠을까? 내일을 끌어들이지 않고, 오늘의 밤을 온전히 즐겨본다.
내일 아침, 시계의 바늘이 돌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겠지.
또다시 내일 달릴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