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된 거죠.
대학교 3학년 때 교수님의 추천으로 동창 장학금을 받았다. 100만원. 대학 총장은 돌아가면서 마이크를잡고 소감을 말하라고 했다. 어떤 학우는 장학생 수십명 앞에서 자신의 가난을 드러내며 “알바를 세개씩 뛰고 있어서 너무 삶이 힘들었는데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눈물이 나고요.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아마도 장학금을 준 동창들과 총장은 이런 말들을 기대했을 것이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서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다음해인 4학년 때였다. 나는 복수전공을 하고 있었고 하루에 10시간씩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투잡을 뛰고 있었다. 그러다 교수님 추천으로 1년 좀 안 되게 외부 재단에서 매달 40만원씩 지원 받았다. 그 재단 담당자가 학교로 찾아 왔고 3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그 때 담당자에게 들은 말은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이 돈 얼마 안 되요. 이 돈 받고 일을 당장 그만둔다던가 삶이 크게 변화할거라던가 그런 생각 안해요. 더 좋은 성적을 받으라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지급하는 거 아니에요. 일을 1시간이라도 덜 하고 잠을 1시간이라도 더 잘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럴수 없더라도 어쩔 수 없는거고요. 감사하다거나 그런 말 안해도 되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가 주는 그 액수의 돈으로, 상대방의 삶이 내가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 가난과 각자가 처한 상황은 동질적이지 않아서 누군가에게는 그 돈이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것, 사람의 삶이란 언제 어떻게 될 지 몰라서, 그 돈을 받은 후에도 인생이 벼랑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것.
그 때 그 담당자의 말이 떠오른 건,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을 한다는, 완전한 사회복귀를 목적으로 한다는 파주시를 보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