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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워실의바보 Mar 10. 2024

한 겨울 응급실의 노숙인

겨울이었다. 새벽에 혼자 택시타고 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이 바빠서 나는 거의 방치된 상태로 있었다. 고령의 노숙인이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병원 직원들이 나가라고 하자, 그는 눈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병원 직원들은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 노숙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는 병원 침대에 앉아 눈 감고 자는 척 하는 그 분을 응시했다. 그 사람이 원래 저렇게 성격이 더러운 사람이겠는가. 그렇게 해야 따뜻한 병원에서 몸을 뉘일 수 있을테니까. 종이컵을 들고 정수기로 향했다. 물을 받아 그 사람 자리에 두었다. 직원들과 환자분들 안 볼 때 드실 수 있기를 바랬다. 다행히도 병원 직원들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바삐 제 할일을 했다. 하지만 그러다 가끔 엄청 큰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몇 시까지 나가셔야 해요”. 할아버지는 자는 척을 했다. 그가 직원들의 시선에서 멀어져서 조금만 덜 불편한 마음으로 누워 있기를 바랬다. 쫓겨나더라도 조금만 늦게 쫓겨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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