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성듬성>
듬성듬성 풀꽃아기가 참 귀엽다.
한 발짝 씩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도
늘 함께 행복해 보인다.
나도 이게 참 좋더라.
<블루베리>
블루베리는 열심히 달기 위해 애쓰지 않는 듯하다.
달지 않은 듯하다가도 어느새 달달한 공기가 스며온다.
가끔은 특별히 달달함으로 가득 찬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반갑지만 아쉽지 않고,
보고 싶지만 그립진 않다.
딱 그 정도가 적당해서 아름답다.
<두 단계 아래로>
두 단계 아래의 맵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최고와의 만남을 충분히 누렸다는 것이고
최고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미련이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번엔 최고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두 단계 아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최고에 있다는 것과 같은 듯하다
최고라면, 두 단계 아래로.
<미학론>
인스타그램 '스러운' 사진을 찍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름하야 '미학론'을 소개해본다.
1. '버림의 미학'
문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담으려 한다는 것.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2. '치우침의 미학'
치우침, 그로 인한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껴라
모든 것이 중간에 자리할 필요는 없다.
'제자리'란 없다. 내가 가는 그 자리가 '제 자리'일뿐.
3. '남김의 미학'
자연히 남겨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담자.
일부러 깨끗이 훔칠 필요 없다.
남아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