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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31. 2024

2024년 3월 28일 비

https://groro.co.kr/story/9110



 새벽 1시다. 일을 마치고 들어 와 씻고 앉으니 28일에서 하루가 지난 29일 새벽 1시다. 28일을 보내고 들어 와 앉았는데 29일이라는 날짜를 보며 28일 일기를 쓰는 마음이 묘하다. 뭔 주제를 잡아 글을 써야 할지 몰라 일기 형식을 빌려 쓰고 있다. 몇 가지 주제가 있기는 한데 딱 하나를 잡아 쓰기엔 정리가 아직 덜 됐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과 약속이기도 하고 글을 주로 올리는 플랫폼에도 일주일에 몇 꼭지의 글은 꼭 올리자 하고 다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려 이야기했는데 드럽게 쓰기 싫은 거 억지로 쓰는 중이라는 상황을 그럴듯하게 표현한 것뿐이다. 아 쓰기 싫어...



 한글문서 기준으로 한 두 페이지만 쓰고 그만 써야겠다. 오늘 있었던 일 혹은 오늘의 감정에 대해 의식의 흐름대로 중구난방 써 보려 한다. 최근 영 머리가 아프다. 이유는 이사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이사만 하는 게 아니라 들어가 살 집의 인테리어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처음 뽑은 견적은 다른 나라 말로 써 놓은 건지 금액은 계속 불어나고 이리저리 시점을 놓쳐 못 고치는 곳도 생기고 눈에 영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바꾸려니 돈이 드럽게 들어 전 주인에게 하소연했더니 씨알도 안 먹히고... 처음 견적에 비해 추가된 부분이 다섯 곳이나 된다. 안 그래도 없는 돈 그야말로 영혼을 끌어 모으듯 해서 겨우 겨우 집값을 맞춘 상황인데 눈덩이 불어나듯 자꾸 불어나는 인테리어 비용과 생각지도 못한 취등록세로 인해 그야말로 골머리가 썩는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순간이 불안의 연속이다. 안 그래도 절친이라 끌어안고 살고 있는 불안의 크기가 요즘 최대치를 이루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뿐만 아니라 기간도 예상보다 밀려 이사 일을 바꾸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도 발생하고 영 힘든 상황이다. 없는 놈이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소화시키기도 힘든 집을 대출을 받아 사겠다고 난리를 쳤나 하는 후회를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하고 있다. 물론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들어간 마당이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그래서인지 속으로 뭔가 더 썩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좋기는 좋다. 더 큰 집으로 가는 중이고 나름 잡아 둔 삶의 계획보다 뭔가 빠르게 가는 거 같아 뻑뻑하지만 조금씩 더 업그레이드되는 건 분명해서 좋기는 좋은데 행복하지는 않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될까?



 그래도 별 수 없다. ‘기호지세騎虎之勢’ 정말 그 뜻을 제대로 알아가는 요즘이다. 내일 그러니까 정확히는 오늘 29일 오전과 오후에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는 잔금과 살 집에 들어갈 잔금을 받고 치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공사도 어느 정도 진행이 됐고 잔금을 치르는 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도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봄의 벚꽃처럼 마구마구 피어나고 있다. 내 마음속에서 벚꽃축제를 해도 될 만큼의 의구심이란 벚꽃이 피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의구심이란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여하튼 봄을 상징하는 예쁜 벚꽃이니 예쁘게 바라볼 수밖에... 난 평소에 무한긍정이니 이딴 표현을 싫어한다. 세상사 긍정이 있으면 부정도 있는 건데 뭘 만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라는 건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나는 편이다. 만사 긍정적으로 아 하하하하하하 웃기만 하면 그게 미친놈이고 똘아이지 정상이야 뭐 이렇게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연예인 중에 노홍철을 보면 약간의 거부감마저 든다. 그 사람이 싫은 건 아니다. 그저 주체할 수 없는 무한긍정에너지가 부담스럽고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내가 지금은 무한긍정을 외칠 수밖에 없다. 달리 특별한 방법이 없다. 미친놈 같고 똘아이 같다고 욕했지만 그런 욕을 얼굴에 침을 뱉듯이 하는 격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환각 아닌 환각 상태인 긍정의 마음과 눈이 아니면 지금 상황을 견뎌낼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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