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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론

카네기 교육 과제

by 이야기하는 늑대

Part 8


<걱정 근심을 극복한 사례>

역사를 읽어라! 1만 년의 관점에 서서 사물을 판단하라. 그러면 영원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고민이 하찮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위 내용은 카네기 교육 교재 [스트레스론]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만사 걱정이 한가득이다. 나 역시 그렇다. 있는 걱정, 없는 걱정, 오만 걱정을 다 끌어안고 살고 있다. 그런데 또 괜찮다. 늘 끌어안고 살다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뭐 이런 거다. 머리 크기가 다소 커서 불만이면서 걱정이다. 그런데 어쩌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야지. 방법이 있나? 다른 머리로 갈아 끼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소 불만스럽고 걱정도 되지만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고 실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 걱정이 되지만 또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은 참 걱정이 많았고 아직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인 근심이었던 코로나는 나에게 사실 별 상관이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막 창궐하는 시기에 아내가 임신을 했다. 다행히 당시에 코로나에 걸리진 않아서 아내도 태아도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신나게 잘하던 일이 하기 싫어졌다. 이 얼마나 공교로운 일인가? 그간 일을 잘해 왔으면 아내가 임신을 했으니 더더욱 열심히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오히려 반대로 하기 싫어졌다.


그리고 글을 쓰겠다고 나대기 시작했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책을 팔아 전업 작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럼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일이 될 테니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소위 희망회로라는 건데 마음껏 바라는 대로 돌리기 시작하면 이 세상은 한도 끝도 없이 장밋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기존의 날고 기는 그야말로 전업 작가들이 수두룩했고 나처럼 글 좀 써 보겠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아마추어 작가들은 수두룩을 넘어 시루의 콩나물처럼 빽빽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어? 이거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한 번 든 바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은 더 하기 싫어졌고 혹시 하는 마음에 글은 계속 썼다.


그와 동시에 아내 배는 점점 불러왔고 반대로 일은 줄어 벌어들이는 돈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글을 계속 썼고 일은 점점 줄어들었고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이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도 조금 늘려 다시 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지원받을 수 있는 걸 찾아보고 엄마한테 돈도 빌리고 하면서 꾸역꾸역 버텨 나갔다.


그 와중에 일을 그만둘 수는 없고 아예 바꿀 요량으로 하던 일을 거의 다 정리한 적도 있었다. 하던 일이 하는 만큼 돈을 버는 일이라 그때는 정말 돈이 부족했다. 돌이켜 보면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버텨 왔는지... 그렇게 암중모색의 시기를 거쳐 왔고 지난해 초 정점을 찍었다. 상황은 최악인데 이러저러한 주변 환경의 변화 그리고 도움에 의해 정말 의도치 않게 이사할 계획을 세우게 됐고 살던 집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이사를 하기 직전 아니 정확히는 계약서를 쓰기 직전까지도 고민을 했다. 겨우 겨우 요즘 유행하는 표현대로 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받았음에도 계약서를 쓰기 직전까지 잘하는 건가, 뭐 하는 건가, 패가망신을 하려고 이러나 싶었다. 하지만 홀리기라도 한 듯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이사를 했고 대출금을 갚아 가며 지금까지 버텨 내고 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에 현실적으론 절대 대출을 받아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사실 버는 돈이 상당히 줄어 대출도 쉽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방법을 찾아 받아 낸 상황이었다. 정말 자칫 잘못하면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정도의 자극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최근 들어 간간히 든다. 보통의 자극과 의지 그리고 동기부여가 아닌 다음에 뭘 하지 않을 거 같았다. 다행히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지금까지 1년 넘게 대출금을 잘 갚으면서 버텨 내고 있다. 이제 겨우 15개월 정도 갚았고 앞으로 갚아 나갈 날이 훨씬 더 많이 남았지만 지금 마음으론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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