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재팬(x-japan)의 기타리스트,
히데(hide)를 아시나요?
음반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MP3 파일을 통해 음악을 듣곤 했어요. 그러다 어떤 가수가 너무 좋아지니까 그 가수의 CD를 사고 싶어지더군요.
당시에 제가 푹 빠져있던 뮤지션은 히데(hide)라는 일본의 록 가수였습니다.
엑스재팬(x-japan)이라고 하면 아마 아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히데는 그 밴드에서 기타를 치다가 나중엔 솔로 활동을 병행했었죠.
이게 진짜구나
그러나 일본 수입음반은 구하기도 쉽지 않더군요.
유감스럽게도 그가 1998년에 사고로 눈을 감은 뒤로 그의 음반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일본 음반을 직수입하는 사이트를 통해 어렵게 중고 음반을 구매할 수 있었죠. 카드 결제도 되지 않고 현금영수증은 발행을 해줬던가, 안해줬던가?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마음이 힘든 시기에 제게 힘을 주던 뮤지션의 음반을 처음 손으로 만져봤을 때의 감동이란.
하지만 더 놀라게 된 건 받아든 CD를 재생시킨 뒤의 일이었어요. 수없이 들었던 노래임에도 그전까지 MP3 플레이어를 통해 듣던 소리와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죠.
이게 진짜구나. 그 사람이 내고 싶었던 소리는.
괴벽
이후로는 마음에 드는 음악을 발견하면 꼭 음반을 샀습니다. CD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깨달은 뒤로는 그랬어요.
하지만 그 모든 음반들을 지니고 다닐 순 없는 노릇이었죠. 그래서 음반을 사면 몇 가지 귀찮은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CD에서 고해상도의 음원 파일을 추출하고, 마찬가지로 고음질을 지원하는 MP3 플레이어(DAP)에 입력하는 것이죠.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서 별도의 메모리 카드에 백업을 해두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런 작업을 할 때마다 저는 마치 어떤 방주를 만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혹 누가 보면 괴벽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말이에요.
취미 정지
결혼을 한 뒤에도 저의 괴벽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CD들 진짜 다 가져갈 거야? 다 팔면 얼마 받을 수 있을까? 누가 진짜 판대? 그냥 묻는 거야, 그냥.
이사를 할 때마다 그렇게 묻는 배우자를 애써 무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였어요.
아이가 생기고 나서 수년간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시간조차 없더군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시간도 없어서 데스크톱 컴퓨터도 진작에 처분했습니다. 지금 음악은 라디오나 유튜브 뮤직을 통해서만 듣고 있죠.
취미? 악취미?
서글픈 기분이 들더군요.
음반 수집은 유일한 취미나 다름없었는데 그 조차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사실 지금은 누가 하라고 해도 역부족인 상황이긴 합니다만.
요즘엔 좋은 음악이 넘쳐 나잖아요. 그렇다 보니 수집하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고, 집에 음반이 있어도 못 듣는 노래가 너무 많거든요.
처음엔 그저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제대로 듣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저 제 소유욕을 채우려는 수단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 폴더 밖에서 행복하길
오늘도 라디오를 통해 딱 제 취향인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습관처럼 재빨리 선곡표를 캡처하고 곡 제목을 확인해두지만 음반을 사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꼭 내 서랍 속에 넣어두지 않더라도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좋더군요.
라디오를 통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이젠 우연히 너무 좋은 음악을 만나더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언젠가 만나요.
그러면 정말 만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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