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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 Apr 20. 2024

끝없는 걱정의 알고리즘에서 탈출하는 방법

  ***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 것일까?



  오늘도 새벽 2시쯤 설핏 잠에서 깬 나는 그렇게 자책했다. 어제 모처럼 휴가를 내서 점심도 맛있게 먹었고, 영화도 재밌게 봤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 외식도 즐겁게 했으면서! 


  이렇게 잠깐 벌어진 의식의 틈 사이로 왜 또 회사 생각이 나느냔 말이다.




  ***

  아, 그러고 보니 꿈에서도 사무실에 있었던 것 같다. 기분 탓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억을 되짚어보니 정말 그랬다.


  부서장은 늘 그렇듯 못마땅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 죄인처럼 서 있었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꿈속에서도 잠을 깬 후에도 악몽인 셈이다. 복직을 하고 나서 나는 이 지겹도록 똑같은 패턴에 매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을 뻗어 근처에 있을 휴대폰을 찾았다. 그리고 마치 특효약이라도 털어 넣듯 지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앱을 실행시켰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재생시키기 위해서다.


  대본과 여러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나는 거짓말처럼 1~20분 내로 잠들 수 있었다. 1~2시간 간격으로 다시 눈을 뜨게 되긴 했지만.


  그런데 오늘은 유독 일찍  들기 때문일까?


  나는 통 다시 잠들기가 힘들었다. 배철수 DJ의 목소리도 영 신통치 않았다.




  ***

  그래도 내가 아는 한 불면을 쫓기 위해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나그의 목소리가 나오는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선 이불을 덮어썼다. 그리고 의식을 잃기 전까지 생각했다.


  당장 결재를 올려야 하는 문서와 이 일이 끝나면 해야 할 답 없는 업무들. 그리고 당장 다음 달에 해야 한다는 또 다른 답 없는 작업들은 얼마나 골치 아플까.


  그리고 왜 나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머리를 쥐어싸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마치 그렇게 해야지만 이 모든 걱정이 끝날 것처럼.



  ***

  그때 배철수는 김세윤 영화평론가와 함께 영화 <쇼생크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선명한 화질로 리마스터해서 재개봉을 한다나? 나도 탈출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아니, 가장 먼저 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의 감옥>에서. 이 몹쓸 망상들은 어쩜 이렇게도 현실처럼 선명하단 말인가. 리마스터링이라도 했나?


  이 끝없는 알고리즘을 언제쯤 끝낼 수 있.


  그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었나 보다. 눈을 감았다 뜨니 거짓말처럼 날이 밝아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도 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역시 걱정으로 해결될 걱정은 없었던 걸까. 허망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도 다행 뭔가. 로소 내가 만든 걱정의 감옥에서 탈출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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