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제발 이렇게는 쓰지 마세요... Plz...
예술지원사업... 그것이 나의 브런치의 영감이 될 줄은 몰랐다.
예술인지원사업, 예술창작지원사업...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한 번 이 글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지원사업을 마주하게 된다.
저 역시 문화재단에 근무하며 상위기관에 지원신청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기도 하고, 반대로는 공고를 내고 모집신청서를 접수해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문화재단에서는 매년 지역과 광역의 문화재단에서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는 하는데 다년간 예술 지원 사업에 대한 접수와 심사를 진행하며 보았던 수 많은 안타까운 사연들...
안타까움을 넘어 멘붕을 선사하는 사연들...
최근 이직을 한 이후 오랜만에 예술지원사업을 준비하며 담당자로서 그리고 실무자로서 지원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당부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들과 자그마한 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저는 실무자일 뿐 실질적으로 심사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사람임을 안내드립니다 .
선생님, 심의는 고양이.. 아니 심의위원이 했어요...
예술가님들께서 꼭 지원사업을 신청하시기 전에 고려하고 염두해야할 사항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예술가로서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위해, 그리고 예술에 대한 가치 보존과 시민문화활성화를 위하여 많은 재단에서는 예술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창작예술을 지원받는 1년 농사의 시작은 바로 <지원서 제출>로부터 시작하는데, 지원신청 시 해당 지원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안타까운 경우들이 종종 있다.
첫째, 지원하려는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10년전의 문화예술지원사업은 비교적 단순한 경우가 많았다. 문예진흥기금 사업, 예술지원, 문화예술진흥지원금 등 예술창작에 대한 일정 범위 안에 지원금이 많았다면 요즘의 추세는 지원금과 다른 부가사항이 포함된 지원, 공간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크라우드펀딩을 위한 웹화면 디자인비를 지원한다던지, 해외 출품을 위한 작품번역 지원 등 지원의 형태도 보다 구체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어떤 예술활동을 할 것인지'
'내가 받고 싶은 지원이 무엇인지'
이 두가지를 명확히 설정하시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연습과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 → 레지던시 지원사업/창작공간 지원사업
순수 작품발표를 위한 지원금이 필요하다면? → 예술창작지원사업/작품창제작지원사업
나의 작품 판로를 고민한다면? → 유통지원사업
보통 지원사업은 연말~연시에 공고를 띄우고 같은 사업은 1년에 1번 이상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지원사업을 준비하실 때 차해년도에 나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미리 설정하시고 그와 비슷한 지원을 하고 있는 재단 or 기관의 공고 게시판을 유심히 관찰하시는 것도 방법이다 :)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는 우리...
서울시 자치구문화재단만 20개가 넘는데?
나 역시 출근하자마자 모든 수도권 문화재단과 문화관련기관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 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많은 예술가분들은 흩어져 있는 너무 많은 정보가 정리되지 않아 모든 사이트를 하나하나 둘러보는 불편하다면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휴한 광역과 기초재단의 지원사업 정보를 모아놓은 누리집 아트누리(https://artnuri.or.kr/)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번째, 지원신청서류에 빈 칸은 없어야 한다.
지원신청서류 참 어렵다. 나의 예술작업을 몇 페이지의 문서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요구하는 증빙자료도 많고, 항목도 복잡하고, 예산편성기준도 모든 지원기관이 다르게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원사업의 실무자와 담당자 역시 예술활동을 작품이 아닌 글(Text)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예술가의 고충을 담당자와 실무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사항의 누락은 솔직히 말해 행정심의 탈락의 지름길이다. 종종 본인의 해당사항이 없어 미기재라고 할지언정 필수항목은 유사사례를 들어서라도 반드시 채워야 한다.
친절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업이라면 보완요청을 통해 안내가 가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럴 경우 원칙상 행정심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항목은 꼭 기재했으면 한다.
세번째, 지원신청서는 설득하는 문서이다.
지원신청서는 나의 작품세게와 활동계획을 설명하는 문서이다.
하지만 종종 예술적이고, 개인의 사유화가 강한 활동들은 심의위원에게 충분한 설득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원심의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목적도 있지만, 다른 원칙 중 하나는 해당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혹은 문화예술향유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간접적 지원의 목적도 숨겨져 있다. 특히 자치구나 시 단위의 기초자치단체라면 지역성과 향유성을 고려한 보편적 예술작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꽤나 발생한다.
나의 예술세계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심의위원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안배와 분배를 통해 최종 지원사업자가 선정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마지막, 간단 명료 그리고 명확하게 작성하자
많은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원신청서 양식에 무엇을 써야하는지 명확하게 딱 정리해보겠다.
그리고 명확하고 정확한 소개를 위해 밍밍이가 "아이-보호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신청한다고 가정해보겠다.
①사업내용 (2~3줄 내외로 작성) >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밍밍의 회사와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역량으로 유아와 보호자가 함께할 수 있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해 행복한 문화예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함
②추진배경 및 목적 > 개인의 지표에 집중하지 않고, 해당 프로젝트의 전반적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목적
유아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유아 및 가족단위가 함께 참여하며 공감대를 쌓고 문화예술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계기는 많지 않음.
이에 밍밍의 예술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문화에술 향유와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추진해보고자 함
③ 사업세부계획 > 기 - 승 - 전 - 결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작성
줄글로 쓰기 너무나 힘들다면 사업의 순서대로 표 혹은 순서를 부여해서 작성해주는 것도 요령이다.
또한 표와 이미지, 설득을 위한 시각자료를 넣는다면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분량의 20~30%가 넘어가면 오히려 그림으로 떼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 사전조사 및 워킹그룹 구성 : 수요 및 대상에 대한 조사 진행, 워킹그룹 구성
> 사진/ 연구조사통계(도표) / 구성하려는 워킹그룹 명단(안)
2) 사업 커리큘럼 제작 : 아동 및 보호자를 위한 세부 교육 커리큘럼 제작
> 예상하는 구체적인 커리큘럼(00회차, 0시수), 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3) 사업실행 : 0월0일에 하겠다.
> 세부적인 일정, 세부적인 수혜인원 등...
휴...
테크닉적인 부분으로 가니 본의아니게 오늘의 글은 길어진 것 같다.
정말 좋은 사업과 재미있는 작업인데, 정작 문서에서는 너무나 약한, 그래서 지원금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예술가 혹은 동료기획자의 고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여보고자 한다.
Behind
지난화에는 당당하게 회사를 떄려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여전히 문화재단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즐겁다고, 벌어먹고 하던게 이거라고, 이 길이 맞는지는 끊임없는 의문이지만
나를 지독하게 얽어놓았던 회사와는 이별하며 새로운 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늘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문화예술과 자라왔고 꿈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아무쪼록 장마철 비도 많이오고 건강을 조심해야하는 이 계절
극 성수기를 준비하는 우리의 계절과 나의 문화재단의 생활기는 여전히 투 비 컨티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