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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사 Jul 23. 2021

6개월 동안 천만원 모으기

독립자금 모으기 대소동







내 집이 갖고 싶으니 돈을 모아야겠다. 결심한지야 사실 까마득하게 오래 되었다. 고정수입이 없어 시작이 늦었을뿐. 아마 동년배들 대부분은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경우엔 대학도 안 가고 취업도 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준비하던 게임 원화쪽 진로가 엎어졌고 거짓말처럼 모든 의욕을 잃었다. 지금은 결국 와 난 절대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하던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어 인생사란게 참 흥미진진하긴 하다. 아무튼간에, 당시에 내 취미비용은 벌어야겠으니 알바를 전전긍긍하며 월 30을 벌었다. 이것도 1년 조금 넘게 하다 때려쳤다. 1년 반동안 땡자땡자 놀았다. 아주 마음 편하게 논 것도 아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시켜주는 곳이 없어서 놀았다. 이게 뭐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출근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새벽마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넣었다. 첫 알바가 구하기 쉬웠으니 두세번째도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세상사 정말 녹록치않다. 우울과 무기력에 매일 원투 원투투 잽을 얻어맞았다.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싫어 홧김에 돈을 써대니 악순환이었다. 배워놓은 기술이 있다고 그나마 그림을 그려대니 고정수입은 없지만 비정기적인 수익들이야 있었다. 그러던 중 저번에 쓴대로 방을 때려고치느라 100만원 가량, 눈이 너무 안 좋아져서 참다참다 한 렌즈삽입술 수술비가 500만원. 나이는 20대 중반인데 통장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뭐 이런 무책임한 놈이 다 있나 싶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시 선택하라 해도 후회없이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긴 하다. 눈은 십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불편했고 그때 방을 고치던건 살고싶다는 생존 비용이었으니까. 아무튼간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돈을 모으는 원리 자체는 몹시 간단하다.

수입 - 지출 = 남는 돈 저축. 그러니 저축액을 늘리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수입을 늘리거나

2. 지출을 줄이거나

이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출을 줄이는게 다였다. 줄이려면 적군에 뭐가 있는지 파악해야한다. 노트를 펼치고 은행어플을 켠 뒤 지난 한 달동안 나갔던 고정 지출과 우발적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쭉 써보았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3만 5000원을 세 번 쓰면 10만원이 넘는단게 억울했다. 


고정지출: 통신비, 교통비, 보험비, 넷플릭스/왓챠/유튜브 유료 요금제

비고정지출: 취미생활(연극 뮤지컬... 정말 비싸다...) , 홧김에 옷 사기, 무분별한 배달 음식


통신비 대책: 알뜰폰으로 갈아탔다. 혹 요금제 기간이 남았거나 가족이 다같이 특정 통신사에 묶여있어 멤버쉽으로 얻는 이득이 크다면 좀 더 생각해봐도 되나, 대부분은 알뜰폰으로 바꿔서 나쁠 것 하나 없는 듯 싶다. 그전엔 50000원을 넘게 주고 기본 데이터 3GB 요금제를 썼는데, 지금은 15000원으로 기본 데이터 5GB 요금제를 쓰고 있다.


교통비 대책: 광역 알뜰교통카드를 발급받았다. 나는 버스를 타는 외출 빈도가 적어 눈에 띄게 팍! 줄지는 않는데 2500~3000원 정도 마일리지로 돌려받는다. 많이 받는 분들은 7000~8000원도 할인 받는다나? 해당되는 조건이 있으면 할인폭이 더 큰걸로 알고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를 동시에 볼 필요는 없다고 느껴져 넷플릭스 결제권을 취소했다. 왓챠는 친구들을 모아 월 3400원 정도로 보고있습니다. 유튜브는 유튜브 뮤직 노래 때문에 관둘 수가 없더라고요. 작업에서도 노래에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 편이라 남겨뒀다. 나는 공연도 그렇고 책도 좋아하다보니 문화비용이 정말 많이 나가던 인간이라, 짠순이가 되면 대체 삶에 무슨 재미가 남냐 우 우 하는 욜로맨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지금 어디에 돈이 나가는지 모른채로 내고 있었으며 내가 뭘 정말 중요시하는 인간인지 알게 된다. 괴롭게 못 살자고 하는게 아니라 다 잘 살아보자고 하는 짓이다. 줄일 것만 줄이면 된다.


보험은 아직도 공부하는 현재진행형이다. 뭐가 많은데 덤벼들기 어렵구나...




비고정 지출에선 연극 뮤지컬 관람 횟수를 팍 줄였다. 아마 이제 한두달에 한 번 볼까 말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옷도 거진 안 산다. 옛날부터  내 취미 생활에 남의 돈(부모님 돈도 포함.)을 빌리지 말아야된다는 신념이 있었다. 전부 내 피깎아 보던 것이란 뜻이다... 배달음식을 줄인 대신 직접 장을 봐서 뭔가 해먹거나, 정말 정말 먹고 싶다면 가게까지 나가서 먹고 오거나 포장해오기로 했다. 대부분 나가기 귀찮아서 결국 해먹게 된다. 




이런 습관 개선중 드디어 고정수입이 생겼다. 월 180 정도. 냅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남들은 종잣돈 천만원, 천만원 하던데 내가 그걸 모으려면 얼마나 걸리지?




1670000 × 6 = 10,020,000



별다른 투자없이 167만원을 6개월 모으면 천만원이 된다. 좀 빠듯하긴 한데 지금 내 환경에서 아유 나는 못해 못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다 싶어졌다. 마침 2021년도 6개월 남았겠다 까짓껏 함 해보죠. 

어차피 내 저금의 주 목적은 내 집 마련이고, 주택 청약적금으로 매달 10만원씩 빠지는걸 감안해 157만원을 저축하기로 했다.




패턴은 이렇다. 

월급날이 되어 돈이 들어오면 바로 다음날 157만원을 다른 통장에 넣는다. 통장은 네 개로 쪼개놨다.

1. 급여통장: 모든 수입은 여기로 받는다.

2. 저축통장: 저축용 계좌. 여기 들어온 돈은 태풍급의 비상시를 제외하곤 나가지 않는다.

3. 투자통장: 주식 증권사 계좌. 증권사도 공모주 하느라 여러개 있는데 주거래는 하나다.

4. 비상통장: 왓챠나 유튜브 프리미엄등 소액 정기결제가 빠져나가거나, 말그대로 비상금 파킹 통장.


계좌마다 영업일 20일 제한 (예외도 있지만 보통 비대면 계좌 개설은 영업일 20일이 지나야 새 계좌를 틀 수 있다.)이 있으니 쪼개놓지 않으신 분들은 계산해가면서 쪼개보세요. 20일 제한과 무관한 카카오 계좌도 유용하다. 홍보 아님.


저축할 167만원중

10만원 > 주택청약

30만원 > 적금1

30만원 > 적금2


남은 97만원은 저축통장에 파킹해둔다. 주식은 최대 월 40~50으로 예산을 잡아놨는데 이건 차차 조정해나갈 것 같다. 괜찮은 공모주 청약이 있다면 넣어서 균등주로 치킨값 정도 불려오고, 이번달은 좀 현금 비중을 늘려야겠다 싶으면 따로 손대지 않는다. 무리한 투자는 도박이나 다름없고, 우선은 예금통장 이자보다 많이 벌겠단 심보다.




적금 만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3개월~6개월 정도의 단기 적금이 적절하다. 일단 성취하는 경험을 해보는게 중요하다. 1년~3년짜리 적금도 많기야 하지만 이제 막 알파벳 떼는 사람한테 토익을 보라고 하면 영어에 대한 흥미가 뚝 꺾일 것이다. 요즘은 단기 적금도 잘 나와있더라. (카카오 26주라던가, 제 1은행사들의 소확행 컨셉 적금 등등) 지금은 또 몇개월 전보다 좋은 조건의 적금들이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혹 1년 적금 추천을 찾고 있다면 웰컴 저축은행의 적금들도 나쁘지 않다. 나는 금리가 높은지와 우대조건이 편리한지를 비교해보고 골랐다.


1. 웰컴 첫거래우대 m정기적금 : 웰컴계좌를 처음 개설한 후 30일 안에 가입하면 되는 적금. 연이율 최대 4.2%, 최대 월 30만원, 1년 만기


 2. 웰뱅 든든적금: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은 요상한 상품. 기본은 연 2.0%, 신용점수에 따라 우대금리 최대 3.0%가 붙어 합쳐 최대 6%가능. 나는 4%였나? 최대 월 30만원, 1년 만기

적금도 금리가 다 다르니 잘 찾아보고 본인에게 제일 유리한 방향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이건 제 경우니 참고용으로만 써주세요.




사실 나는 수입이 적을뿐 돈을 모으기 유리한 위치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으니 월 180대의 고정수입 중 167만원을 저축하자는 미친 생각이 빠듯하게 가능하다. 만약 자취를 했거나, 월 20정도의 용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테다. 기만자다 싶으면 어쩔 수 없고. 위에도 말했지만 못 살자고 하는게 아니라 잘 살아보자고 하는 짓이다. 중동의 석유 부자가 실수로 내 통장에 꽂아 넣어줄 돈을 기대하기보다 반년 후에 천만원이 생기는 미래가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승부욕이 강한 인간이다. 경험에 의존하기도 하고. 그 말은 무엇이냐? 한번 모아보고 그걸 기억하면 왠지 앞으로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도해보고 있다. 저보다 알아서 잘 하는 사람들이야 많겠지만 무엇부터 해야될지 감이 안 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줄일 지출은 줄이고 저축 비중을 높여봅시다. 더러운 자본주의! 끝까지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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