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나이 5세. 한국나이 7세.
비행기 한번 탔더니 아이가 2살이 많아졌다. 뭣 모르는 아이는 나이 많아졌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7세는 예비초등생이었고, 한국 영유 7세반은 어딜가든 '레벨테스트'를 요구했다.
'레벨테스트'라니.
나는 이 '레벨테스트'라는 시스템이 쥐똥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학교에서는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와도 받아주고
1년만 생활해도 아이 영어가 유창해 지는데,
한국 영유는 '레벨테스트'로 잘하는 아이만 받고, 잘하는 아이만 가르쳐서 더 잘하게 만든 다음에
자신의 실력이 좋다고 말한다. 이게 꼴불견이라 생각했다.
정말 강의력이 좋으면 영어를 개뿔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다가도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레벨테스트'이후 어깨가 축 쳐져서 나오는 아이를 볼 때마다 영유에 대한 분노가 샘솟았다.
처음 간 영유는 '레테'시스템이 너무나 잔인했다.
아이를 앉혀놓고 단어와 문장이 빽빽히 적힌 종이를 보여주더니
아이가 해당 단어 혹은 문장을 읽으면 동그라미, 못 읽으면 엑스표를 아이 눈앞에서 표시해 나갔다.
어른이 겪어도 당황스러울 시츄에이션인데 그걸 7세 아이를 두고 했다는 것에 분노가 일었다.
우리집 일호는 첫 레테이후 정신적 충격이 와서 이후 어느 학원 레테를 보러 가더라도 입을 뻥긋 열지도 않았다. 입을 열지 않으니 점수를 매길 수 없었고, 줄줄히 입학을 거부당했다. 내가 마주앉아서 제발 말 좀 해달라고 구슬르고 애원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입을 못 연건지도 모른다. 우리집 일호는 미국에서도 아카데믹하기로 유명한 사립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배운것이 단모음까지의 파닉스였다. 이게 미국 공립학교보다 1년정도 빠른 진도라고 하는데, 돌아와보니 한국아이들은 이미 파닉스를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아이는 'jump', 'swim' 같은 간단한 단어도 읽을 수 없었고, 'would'같은 긴 사이트워드도 몰랐다.
'아 이게 대치동이구나.'
대치동의 모 영유 선생님이 상담하면서 그랬다. 리터니이니까 리스닝과 스피킹은 잘 할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대치동에 왔으니 대치동식으로 공부를 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그 사이 많은 영유에게 입학거절을 당했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 열심히 봐줄테니 입학만 시켜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대치동은 많은 리터니가 오기 때문에 1년정도는 리터니로 인정을 해주지도 않았다.
대치동에 왔는데 대치동에 있는 영유에 갈수가 없다니. 다행이도 그 중 한 영유가 레벨테스트에 부모 동석을 허락해 주었다. 우리집 일호는 선생님과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다가, 내가 물어보자 단답형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호소하듯이 부탁을 한 덕분인지, 우리 아이는 7세 6개월차 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국에서 1년 살았는데, 국내에서 6개월 공부한 아이 수준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영유는 일원동에 있었다. 우리는 대치동 영유에 입성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