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의 심각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는 문제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것은 다들 고개를 젓는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잘못하고 있고, 내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국가가, 세계 어느 나라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들 내가 사소하게 망가뜨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미니멀 라이프라고 최대한 에너지나, 자원도 적게 쓰는 삶이 많이 유행하고 있고,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고 있다. 가끔 그런 TV나 기사를 볼 때마다 이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생각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고, 쓰지 않고, 편리함을 버리는 것이 인간에게는 참 어려운 선택인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앞으로 100년 동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누구의 책임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기후 정의 파트에서 이미 지구를 열심히 망가뜨린 선진국과, 이제 경제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메탄을 배출하는 산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 중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선진국들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기후 변화를 막기위한 무언가를 할 힘이 있지만, 이제 성장하는 국가들에게까지 이 짐을 지우면 그들의 성장을 막는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기후 난민들의 수가 2017년에 자그마치 1880만명이었다고 한다. 잠비아, 소말리아, 방글라데시, 아이티 같은 섬나라와 작은 나라들이 기후 위기로 재난과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지구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인도가 2070년에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두 편의 정 반대 의견이 팽팽했다. ‘어림도 없다, 왜 파리협정을 지키지 않느냐’는 의견과, ‘인도처럼 저개발국에 이제 겨우 최악의 빈곤에서 빠져나오는 나라가 이정도만 해도 큰 양보다’라고 생각하는 의견 이렇게 말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탄소 예산인 1.5도를 넘기지 않는 탄소의 양은 4600억톤(2021.1월 기준)이라고 한다. 누가 더 지구를 망치고, 누가 지구를 지켜야 하는지 쉽게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다만, 어느 한 쪽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침몰하는 배에 탄 것이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에서는 이렇게 쏟아지는 탄소의 흡수원인 숲의 가치에 대해서, 갯벌과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후공학, 지구공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기후 위기 시대에 우주 여행이 꼭 필요한지, 왜 우주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는지에 대해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서 가슴이 턱 막혔다. 우주 여행이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 많은 사람들, 특히 과학자들은 우주를 탐험하는 것에 대해서 꿈꾼다고 다들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러한 우주선, 인공위성 발사 자체가 엄청난 탄소 배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개발이라고 이름을 대지만, 실제로 계속 엄청난 양의 우주선을 발사하면 지구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이야기는 ‘원자력’입니다. 오래 묵은 이야기인 만큼 여러 다른 목소리가 있습니다. 입장 차이도 크고, 논쟁점도 여러 가지예요. 하지만 바로 그 켜켜이 쌓인 이야기 속에 해법이 숨어 있지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지구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우리가 ‘희망’이라는 길을 찾을 수 있을거에요.
어떤 사람은 원자력이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원자력이 지구를 망가뜨린다고 하는데 과연 이 논쟁은 어떤 결말이 예상될까? 작가는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가 같이 가면 어떤가 질문했다. 하지만 이 의견에는 반드시 사고가 나도 안전한 원전, 값싸고 마음대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다. 쉽지 않은 해답인 것 같다.
기후변화를 막자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그 방법에는 다 천차만별의 이익과 의견이 오간다. 어쨌거나, 위기에는 동의하고 있으니 우리가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인 것은 맞다. 과연 나의 손자가 이 지구에서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울만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