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

한 장면으로 말할 수 없는 마음

by 노는여자 채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우리가 어떤지에 따라 본다. - 나이스 닌(Anaïs Nin)


성급한 결론은 이해를 가난하게 만든다. - 프랭크 허버트 (Frank Herbert), 소설가, [듄(Dune)]저자


누군가를 오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전체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다. - 스티븐 코비 (Stephen R. Covey)



아이는 종종 우리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마음의 그늘을 먼저 알아차린다.

종종 어떤 상황에서 , 어른들은 이유가 있어도 그 이유를 말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들을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날 밤, 아이와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왜 어른들은 어른들이 잠깐 본 것만 보고 판단해?”
그 물음에는 억울함과 속상함, 그리고 아직 지워지지 않은 작은 상처가 섞여 있었다.


그날, 학교 운동장에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어느 친구와 축구를 끝내고 놀면서 어깨를 부딪히며 서로 밀치는 한 순간을 선생님은 ‘ 다툼’으로 본 것이다. 거기다가 아이의 등치는 상대 아이와 차이가 났기에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사실은 어깨를 부딪히며 서로 밀치다가 신체차이로 인해 상대 아이가 넘어졌고 그 순간을 선생님께서 목격하신 것이다. 그 한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오해하기 쉬운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아이는 그 자리에서 이유를 설명할 틈도 없이 ‘오해한 대로 행동한 아이’가 되어버리면서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왜 친구를 밀쳐?"


시간이 지나 오해는 풀렸다.
함께 그 장면을 목격했던 친구들이 “그렇게 한 게 아니었다”라고 말해주고 넘어진 아이도 오해라고 설명하며 상황이 잘 정리되었지만,
마음이라는 건, 해결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동시에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아이가 느낀 억울함의 잔상은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나 보다.

살다 보면 이와 맥락이 비슷한 장면들을 여러 번 마주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원래 굉장히 다정한 사람인데, 유독 스트레스가 많던 날 잠깐 짜증을 낸 그 순간만 본 사람은 “저 사람은 성격이 저렇다”라고 단정해버린다. 누군가는 깊은 관계 속에서 서로만 아는 유머를 주고받는 상황인데, 그 바깥에서 본 사람은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짧은 장면은 때로 진실보다 더 강하게 사람을 오해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주 어떤 행동 뒤에 숨은 상황과 맥락은 놓치고, 눈앞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들을 여유도 없이 바로 판단을 내려 버리곤 한다.


아이는 그날 선생님이 본 ‘한 장면’ 때문에 오해를 받았지만,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왜 그렇게 보였는지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이 계속 쓰라렸던 이유는, 아마도 그 순간 누구도 그의 편에 서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에게 말하고 싶다.

이런 경험은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거라고, 그리고
너는 이미 어른들이 자주 잊어버리는 중요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말이다.


너의 마음에는 사람은 한 장면으로 설명되지 않고
한 번 본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깊은 샘이 생긴 거라고.


마음의 샘을 오래 가지고 가면 좋겠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묻는 습관,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이야기를 듣는 여유,
그리고 네가 느꼈던 억울함을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으려는 다정한 샘을.


사람은 순간이 아니라 전체로 이해해야 하고, 한 장면은 오해를 만들지만 전부를 보면 마음이 보이는 법이다.



어쩌면 우리는 한 장면만 보고 판단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장면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씩 자라는 있는 게 아닐까? 전체를 말해주지 않는 한 조각의 사실을 매일 경험하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평균 아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