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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루미 Jul 12. 2022

세상은 당신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너에게

“인생이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상황이 변화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변화, 즉 자기 자신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엔 거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그러한 결심을 하기는 어렵다.”

 -비트겐슈타인     


 당신도 당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이러한 말을 하는가?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왜 하필 나한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경험하면 이러한 말을 한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에 끊임없이 화를 낸다. 현실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다고 불평불만한다. 심지어 <달이 된 오누이> 책의 동아줄처럼 자신의 현실을 구해줄 귀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당신 역시 당신의 현실에 화를 내기 바쁘다면 귀인이 나타나 당신의 현실을 끝내주길 바란다면 당장 생각을 바꿔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의 안 좋은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4년 전, tvN의 <현장토크쇼 택시(이하 택시)> 프로그램에 배우 윤여정이 나왔다. 현재, 윤여정은 <미나리>라는 영화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다. 그녀는 75세의 나이로 충무로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는 중이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녀에게도 안 좋은 시기가 있었다.

 윤여정은 27살 때 조영남과 결혼을 하였다. 그 당시 윤여정은 신문에서 천재 여배우로 대서특필이 나올 정도로 잘나가는 배우였다. 촉망받는 배우였지만 한 인터뷰에 따르면 윤여정은 20대 시절을 보낼 때만 해도 연기 생활에 큰 애착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조영남을 따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렇게 그녀는 배우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았다.

 하지만 행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결혼 생활은 그녀의 인생에 큰 고난이 되었다. 조영남은 결혼 생활 동안 바람기가 다분했고, 돈을 한 푼도 안 벌었으며, 결국에는 윤여정이 모아둔 돈을 모조리 다 탕진하였다.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쌀독에 쌀이 있던 때보다 떨어졌던 때가 더 많았다.”라고 한다. 그녀는 결국 결혼 생활 13년 끝에 이혼을 하게 된다. 윤여정은 이혼 후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일이 필요했다. 그렇게 그녀는 두 아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들어온 모든 작품을 출연한다.

     

  <택시>의 진행자 이영자는 윤여정에게 묻는다. “선생님 인생에서 돈이 가장 절실했을 때는 언제였어요?” 윤여정은 대답했다. “이혼하고. 내가 가장이 되었으니까. 그때가 제일 절실했어. 돈 때문에 물불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다 했어. 누구의 친구 역이나 단역 같은 거 다 했어. 근데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여정도 없을 거야.” 이영자는 “주변에서 선배나 후배들이 대하는 태도로 서러움 같은 건 없으셨어요?”라고 다른 질문도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 답한 윤여정의 말이 참 인상 깊다.     


서러움 너무 많았지.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근데 그 어딜 가나 있는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
난 내가 극복했어.
     

 윤여정의 말처럼 내 인생의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그 누구도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누군가가 당시의 심정을 헤아려주고 위로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순간일 뿐이다. 당신의 문제를 들어주는 사람에게도 그만의 문제가 있다.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에서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직면했던 모든 문제를 결국에는 극복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사람을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 더 좋은 직장은 다시 못 찾을 거라고,
이렇게 창피한 일은 견디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당신은 잊었고, 찾아냈고, 견뎠다. 당신은 성장했고, 다시 시작했다.  

 

 내가 스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등산을 가셨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아버지의 부재에 그 당시 내 정서는 좋지 않았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언제든지 내 소중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이러한 불안한 마음을 남자 친구에게 의지하며 해결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 금방 헤어졌다.

 6년 전, 헤어진 결정적인 사건에 대해 기억은 없다. 다른 연인이 싸우는 것처럼 어떤 사건으로 싸웠다. 나도 그 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세서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대로 이별했다. ‘아차! 이건 아니구나.’라는 마음이 들은 순간에는 이미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때였다. 

 헤어지고 난 이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언제든지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나갈 수 있다는 확신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나의 정서적 불안함을 남자 친구에게 의지하려 했다는 죄책감이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나와 굉장히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그들이 나의 문제를 함께 감당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러한 사건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 삶의 중심은 나고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 내 인생의 굳건한 기둥이 되어 그 누군가가 나를 떠나든, 나를 흔들어 놓든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신은 지금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가?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는가? 직장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인간관계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가? 당신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든 당신의 상황은 당신이 헤쳐나가야 한다. 당신의 상황은 당신만이 헤쳐나갈 수 있다. 누군가가 당신을 구원해 줘야 할 의무는 없다.

 남들의 상황에 비해 비참한 당신의 상황에 화가 난다면 세상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그것들이 당신을 위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라. 그런 기대는 언제나 당신을 분노하게 할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이 경험한 안 좋은 일과 상황에서 배워야 할 점을 찾는 것뿐이다.     


 배우 오정세는 KBS2의 <동백꽃 필 무렵>드라마로 56회 백상 예술대상 남자 조연상을 수상한다. 수상 당시 오정세의 소감문이다.   

  

 “세상에는 참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꿋꿋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정세의 소감문처럼 세상은 불공평하다. 많은 사람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인지하고 빠르게 인정하자.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불평불만만 갖고 자신의 그런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어떠한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불공평함을 인지하고 빠르게 인정하고 이겨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이 부족한 능력을 지녔고 주변 환경이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도록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있는 곳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주어진 현실을 저주하지 말라. 어떻게 살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세상은 당신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 명심하라. 당신의 삶을 구원해 줄 사람은 오직 당신 뿐이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상황이 바뀌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면 누군가가 마법처럼 나타나 당신을 도와주는 일 따위도 일어나지 않는다. 불공정, 불공평이 만연한 세상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당신의 일은 당신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당신은 당신의 모든 숙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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